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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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지하 조사실, 세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7-04 18:25


그렇게 비싼 돈을 소모하면서 비행기로 나를 데려온 처지에 조사할 생각도 없이 주사만 놓고 있으니 그 속을 알 수가 없어 더욱 불안했다. 언제쯤 조사가 시작되려나 하고 오히려 내 쪽에서 조바심이 났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 때 수사관끼리 큰소리로 언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입에 물고 있던 플라스틱 재갈을 제거하는 문제로 의견이 맞선 것 같았다. 어느 수사관은 빨리 제거해 주어야 조사가 시작될 게 아니냐고 주장했고, 또 다른 수사관은 아직 위험하니 좀 더 놓아두자는 주장이었다. 바로 옆방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들의 말소리가 얼마나 큰지 내 귀에까지 또렷이 들려왔다. 나는 입마개를 제거하자는 수사관이 토론에 이겨서 그것이 제거되었으면 하고 은근히 그 수사관 편을 들었다. 입마개를 제거하자는 수사관은 강경한 성격인 것 같았다.



“9시 뉴스가 시작되면 윗사람들은 이곳에 관심이 없을 테니까 그때 제거하도록 하지. 누군가가 언젠가는 제거해야 하니까 내가 책임지겠어.”



그 수사관이 강하게 주장하자 상대방은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 토론이 있고 나서 15분쯤 지나자 남자 수사관이 의사를 데리고 들어와 입마개를 제거하도록 했다. 그때까지 입마개 때문에 침을 목으로 삼키지 못해서 목구멍이 메마르고 아팠다. 또 턱으로 침이 지르르 흘러 기분이 너무나 불쾌해 견딜 수가 없었다. 입을 봉한 강력 접착제 테이프를 벗겨낼 때는 입 가장자리의 살점까지 떨어져 나갈 듯 아팠다.



“아프겠는걸”



남자 수사관이 혼잣말로 중얼거렸지만 나는 아프다는 표정조차도 짓지 않았다. 내 약점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 입마개를 제거하고 나서 얼마나 가뿐한지 그동안 감고 있던 눈까지 처음으로 떴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있는 방의 벽은 흰색이었고 벽 군데군데에 손때가 묻어있고 여기저기 움푹 패어 있었으며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밤인지 낮인지 구별할 수 없게 해놓은 방이었다. 가뜩이나 많은 선입관을 갖고 있던 나는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혁명가와 애국자들이 이곳에서 고문당하고 죽어나갔겠는가 생각하고 몸을 떨었다. 방 안에는 침대와 책상 2개, 그리고 소파가 있었다. 침대에는 모포가 깔려 있고 침대 맞은편에는 문이 하나 있는데 변소인 것 같았다. 내 머리맡에는 여자수사관 1명이 의자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발치에는 남자 수사관이 앉아 있었다. 소파와 책상에도 남자와 여자가 앉아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쪽 저쪽 사방을 둘러보다가 머리맡에 앉아 있는 여자수사관과 눈이 마주쳤다. 겸연쩍어 나는 눈을 황급히 돌리고 말았다. 생전 처음으로 젊은 남자들이 있는 방에 누워 있자니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도 편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나를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는 그들의 배려였다. 바레인 경찰에서처럼 손목에 수갑을 채우지도 않았고 자해할지도 모른다고 염려는 하면서도 빨리 입마개를 제거해 준 것 등이 모두 나를 편케 해주려는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빈틈없이 조직적으로 감시했다.



남조선 특무들이 무섭다더니 역시 완벽한 수사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얼굴 형상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리하게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깊은 눈이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밀을 지키자면 애로점이 많겠구나 싶어 걱정이 앞섰다. 입마개 문제만 해도 그랬다. 그 입마개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제발 이것을 풀어 주기만 하면 절대 다시는 그런 허튼 짓을 하지 않을 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들은 내 속마음을 읽은 듯이 입마개를 제거해 주었다. 인간의 심리 중 가장 취약한 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아주 적절한 시기에 상대방의 요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환심을 사는 작전을 썼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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