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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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지하 조사실, 네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7-05 19:18


남조선 특무들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리하게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깊은 눈이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마개를 풀어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는 나의 심리를 파악해 그들은 입마개를 제거해 주었다. 속으로 이렇게 이악한 놈들이 있나 하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수사관들은 입마개를 제거하고 나를 일으켜 앉힌 다음 우유를 마시게 했다. 거의 반강제적이었다. 우유를 마시고도 내가 부담을 느낄 만한 말은 일체 하지 않았다. 단지 나를 푹 쉬게 해주려고 애썼다. 작전치고는 너무나 완벽했다.



거의 공복상태로 지내다가 우유를 마시고 나니 몸이 나른해졌다. 평양을 출발한 이후 편히 잠을 자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몸이 극도로 지쳐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에 곯아떨어졌다. 이곳보다는 마음이 덜 불안했던 바레인에서도 그런 잠을 자 본 적이 없었는데 그 악명 높은 남산 지하 조사실에 와서 잠이 들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얼마나 잤는지 깜짝 놀라 잠이 깼다. 그동안 정신없이 잠을 잤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자지러지게 놀라서 몸을 반쯤 일으켰다. 혹시 깊은 잠이 들어 조선말로 잠꼬대를 한 마디라도 뱉은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던 때문이었다. 내가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 수사관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위치와 자세는 잠들기 전과 똑같았다. 수사관들이 의아해 하는 표정을 보고서야 잠꼬대는 하지 않았구나 하고 안심했다. 다시 자리에 누웠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남산 지하 조사실에는 각종 고문기구가 많다는데 어디에 있을까? 아까 방 안을 둘러볼 때 잘못 본 게 아닐까.’



나는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고문기구로 쓸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여튼 이놈들이 철저하게 해놓았구나. 나에게 회유를 해볼 작간이구만.’



나는 그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시끌시끌한 것으로 미루어 아침인 듯했다. 여자수사관이 나에게 일어나라고 하더니 바로 방 안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 목욕을 시켰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나를 그 속에 들어가게 했다. 무릎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혼자서 몸을 가눌 수 없었기 때문에 여자수사관들이 부축해가며 몸을 씻겨 주었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몸을 맡겨 보고는 생전 처음으로 남에게 몸을 내맡긴다는 일이 부끄러웠다. 더구나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못한 몸이라 때도 많아서 창피스러웠다. 그래도 뜨거운 물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날아갈 듯 기분이 상쾌했다. 정말 살 것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도 남의 가려운 데를 잘 긁어 주는지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이악한 것들.’



좋은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욕설을 가슴에 담았다. 회유작간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내 발버둥질이었다.



수증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목욕탕 안에서도 여자수사관들의 감시는 철저하였다. 자해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은 내게서 멀리 치우고 때를 밀어주거나 붙잡아 주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나를 다루었다.



다음에는 칫솔에 치약을 짜서 건네주었다. 칫솔질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바레인에서는 어쩌다가 손가락에 치약을 조금 짜주었을 뿐이었다. 칫솔을 입에 물었다. 칫솔을 무는 순간 치약의 향긋하고 화한 냄새가 입안에 좌악 퍼진다. 남조선에 이런 좋은 치약이 있을까 하고 유심히 치약 껍질을 살폈다. 껍데기에는 조선어와 영어로 치약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이름 자체는 영어였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속으로 남조선을 비웃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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