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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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지하 조사실, 첫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6-28 18:36


찬 공기가 얼굴을 스치는 것으로 봐서 비행기 문이 열린 모양이었다.



‘드디어 서울에 왔구나’



서울. 말만 듣던 서울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착잡하기만 했다. 북에서는 서울이라 하면 조국통일의 희망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데모가 끊이지 않고 온갖 범죄와 빈민들이 들끓고 있는 소굴인 양 취급하고 있었다. 공작원들은 서울에 갔다가 살아 돌아왔다는 것 하나로도 큰 영웅처럼 으스대곤 했었다. 바로 그 서울에 내가 와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처참하게 죽게 되는 것도 나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운명을 거역할 힘이 없다는 판단 아래 순순히 죽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나는 두 사람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겨우 일어섰다. 무릎의 통증은 여전히 심했다. 입을 틀어막은 자해 방지용 플라스틱 재갈 때문에 침을 삼키지 못해 목까지 아팠다. 나는 그 통증보다 더 심한 가슴의 통증을 느끼면서 계속 흐느껴 울었다. 내 신세가 이렇게까지 비참해질 줄이야. 누군가가 비행기로 올라와 내 앞에 서서 나를 쳐다보았다.



“이놈이야? 얼굴은 반반한 놈이 왜 그런 못된 짓을 했어? 그런 짓을 해놓고 울긴 왜 울어? 이제 서울에 다 왔으니 마음을 가라앉혀!”



자기 부하에게 명령하듯이 내게도 명령조로 말했다.



‘서울에 왔으니 더더욱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왜 이놈저놈 하는 거야? 나는 결코 네놈들한테 호락호락 지지는 않을 테니까 두고 봐!’



나는 반발하듯 그 사람 말을 받아서 외치고 싶었다.



“자! 나가지.”



간부는 지시를 내렸고 그 말에 따라 부축한 특무의 발에 얹히다시피 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겼다. 그 발걸음이 유난히도 무거웠던 것은 꼭 무릎의 통증 때문만도 아니었다. 비행기 출입구에 나서자 찬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어쩌면 이렇게 평양에서 풍기는 냄새와 이렇게 감각이 같은 수가 있을까? 나는 순간 내가 혹시 순안비행장에 도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느꼈다. 도대체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이리도 같은 냄새, 같은 감각을 풍기는 지 알 수 없었다.



“계단이니까 조심해요.”



나를 부축하고 있던 남자가 알려 주어 나는 몰래 실눈을 뜨고 주위를 살짝 살폈다. 넓은 광장에 많은 비행기들이 서 있었다. 순안비행장은 결코 아니었다. 순안비향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컸다.



저 멀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사진기 후레쉬가 계속 터졌다.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수록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카메라 단추 누르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나는 눈만 감으면 이 자리를 도망칠 수 있기라도 한 듯이 눈을 꼭 감아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그러는지 나를 그 자리에 잠깐 세웠다.



나는 소학교때 ‘사회주의 조국을 찾은 영수와 영옥’, ‘딸의 심정’ 등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주인공의 어린시절 역으로 뽑혀 촬영차를 타고 개성, 함흥 등지로 촬영을 다녔다. 가는 곳마다 촬영 장소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나를 에워싸고 촬영 장면을 구경하였다. 그때처럼 지금 촬영을 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어릴 적부터 난 많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될 팔자였나 보다.



사진 촬영이 끝났는지 특무들이 나를 승용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차는 빠른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달렸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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