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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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다섯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4-18 18:09


죽어야 한다는 생각,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 등으로 심란하고 우울해 있는데 남자들 몇 명이 경찰의 안내를 받고 내 병실로 들어섰다. 나는 그들이 들어선 것을 알지 못하는 척 그대로 눈을 감고 모른 체했다.



“정신이 들었다는 걸 다 알고 있으니 눈을 떠요.”



갑자기 조선 말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조선말에 하마터면 눈을 뜨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엉겁결에 그 말을 알아듣고 그대로 따를 번한 것이다. 거기에서 조선 사람을 만나리라는 마음의 준비가 전혀 없었던 탓에 나는 당황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하면서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을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우선 조선말을 못 알아듣는 척하고 능청을 떨어야 하는 일이 중요했다. 말을 알아듣고도 못 알아들은 척 눈을 감고 있자니 눈꺼풀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듯했다. 외롭고 두려운 남의 나라에서 들려 온 조선말이 사실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 또한 조선말이라는 것을 잠깐 잊었던 것이었다.



조선말에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일본 말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실눈을 살짝 떠서 그곳에 와 있는 사람을 살펴보았다. 그곳에 와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전에 리젠시 호텔로 찾아왔던 남조선대사관 성원과 공항에서 우리 려권을 조사했던 일본대사관 성원이었다. 그들을 알아본 순간 나는 더욱 더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이 남조선대사관 성원은 내가 북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조선인이라는 걸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나를 알아볼 근거를 그들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어.’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마음을 재무장시켰다.



‘나를 떠보기 위해서 조선말을 써 본 것이겠지. 앞으로는 조선말이 나오면 귀담아 듣지 말아야겠다.’



나는 혹시라도 무의식중에 조선말을 알아듣는 행동을 취하거나 다급한 순간에 내 입에서 조선말이 튀어 나올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온 신경을 바짝 긴장해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때부터는 남조선대사관 성원이 말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양 무시해 버리고 일본대사관 성원의 질문에만 고개 짓으로 응했다. 남조선대사관 성원은 자기의 유도성 발언에 내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가볍게 뺨까지 때리며 내 반응을 살폈다.



“눈을 뜨라니까......”



나는 고집스럽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자 일본대사관 성원이 나에게 속사이듯 말했다.



“마유미 상, 몸은 좀 어때요? 우리는 마유미 상 신상에 대해서 조사하여 마유미를 도와주려는 것이오. 마음 편히 가지고 건강을 빨리 회복해요.”



나는 눈을 감은 채 머리만 끄덕여서 알아들었다는 시늉을 했다.



일본대사관 성원 역시 나를 깊이 의심하고 있으면서도 나를 동정하는 척 위로하는 척하며 떠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 행동이나 반응에서 무슨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예리한 눈빛으로 살펴보고 있음을 나는 안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입을 꽉 다문 채 전혀 반응이 없자 그들은 내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을 이리저리 자세히 관찰하다가 내 행동을 못마땅해 하면서 병실을 나가 버렸다. 나는 숨죽여 가만히 긴 한숨을 내뱉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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