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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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여섯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4-19 17:18


내가 입을 꽉 다문 채 전혀 반응이 없자 남조선 대사관과 일본 대사관에서 파견 나온 남자들은, 내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을 이리저리 자세히 관찰하다가 내 행동을 못마땅해 하면서 병실을 나가 버렸다. 나는 숨죽여 가만히 긴 한숨을 내뱉었다. 30여 분의 기나긴 첫 시험을 겨우 무사하게 넘기자 온몸에 맥이 탁 풀렸다.



‘이것은 이제 시작해 불과하다.’



그들이 돌아간 뒤 나는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강하게 일었다. 냉정을 되찾고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마음과 함께, 그동안 공작원 교육 중에 받았던 정신강화 교육을 떠올렸다. 이런 간고한 정황에서 눈물을 흘리며 정신 긴장을 풀 때가 아니라고 다짐했다. 내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를 정확히 료해하고 다시 점검하여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예전의 공작원으로 되돌아가려고 애썼다.



‘자,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내 온몸은 결박되어 있고 눈에 불을 켠 감시자가 24시간 붙어 있으니 자살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살할 기회를 엿보는 일을 포기하지 말고 있다가, 때를 놓치지 말고 견결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번에는 자살하는 일에 추호도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감상에 젖어 아무런 방비 없이 적들의 손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그들의 행동에 감동하고 마음이 누그러져서도 안 된다.’



나는 나를 재무장시키는 일에 전력을 기울였다. 무작정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수는 없는 립장인데 이제부터 어느 나라 말을 해야 하나. 일본어? 중국어? 얼른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공작원 교육 당시에 보았던 영화 ‘나바론’의 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한 여자가 벙어리 행세를 하면서 연합군 특공대에 잠입하여 도이췰란드군에게 특공대의 정황을 보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차라리 벙어리 행세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벙어리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려졌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일본 려권을 가지고 있었으니 일본 말을 할까?’

‘일본 려권은 이미 가짜라는 것이 탄로나지 않았던가!’

‘이 려권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입수했으며 신이찌와는 어떤 관계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이 궁리 저 궁리 해봐도 대책이 서질 않았다.



하여튼 일본 려권을 가지고 있었으니 일본에 보내져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일본 형사들은 악랄한 고문을 잘할 뿐 아니라 잔인하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



‘특히 조선 사람에게는 혹독한 고문을 재미삼아 한다는데.....’



나는 ‘영원한 전사’라는 조선 영화에서 ‘마동희’가 일본 형사에게 붙들려 갖은 고문을 받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렇다 해도 남조선으로 끌려가는 것보다는 일본으로 끌려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남조선에 끌려가는 날이면 고문이 문제가 아니다. 남조선 특무들이 달려들어 나를 갈갈이 찢어 죽이려고 할 것이다. 죽기 전까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가혹한 방법을 다 동원해 나를 고문할 것은 뻔한 일이다.



‘눈알을 빼고, 생니를 뽑고, 뼈를 갉아내고, 손톱을 뽑는다는데, 과연 그 고통을 견뎌내고도 비밀을 지킬 힘이 나에게 있을까?’



나는 내 철저한 사상성은 믿지만 가혹행위가 육체에 가해졌을 때 그것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해서든 남조선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결심을 굳혔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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