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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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스물 세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5-30 17:55


다만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철부지 처녀처럼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 뿐이었다. 더구나 그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말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딴청을 부리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들은 내 답답한 행동이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말을 잘 알아듣지 못 하는 건 아니지? 잘 들어. 우린 너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너를 남조선에 보내고 싶지 않아. 그러나 네가 말을 않고 이렇게 버틴다면 우리도 너를 도울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네가 어떻게 될지 생각 해 봐. 남조선에서는 지금 이곳에 사람을 보내 와 어서 빨리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이 문제는 국가간의 외교적인 문제이므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많아.“



“네가 너 스스로를 돕는 길은 우리에게 이 사건의 전후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 놓고 우리의 도움을 청하는 길 뿐이야. ”



핸더슨과 마리아는 다른 때와는 다르게 오히려 자기들이 더 초초해하는 눈치였다. 또 어느때보다 열성적으로 진지하게 나를 설득시키려 하였다. 그들의 진심어린 말투로 봐서는 정말 나를 도와 줄 것처럼 생각되었다.



‘내가 모든걸 다 털어 놓으면 이 사람들이 나를 도와 줄지도 모른다. 말해버릴까?’



순간순간 갈등이 일었다.



‘괜히 비밀을 털어 놓았다가 꼼짝없이 남조선에 끌려가는 꼴이 될지도 몰라. 아예 입을 봉하고 말을 안 하는 편이 낫겠지. 증거가 없는데 무슨 수로 남조선에 넘겨 주겠어. 자기 나라의 국제적 위신과 체면도 있을 텐데.... 바레인도 주권국가임이 분명한데 내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조선인인지도 밝혀내지 않고 수사권을 포기할 리가 없어. 이 정부가 수사를 포기하고 날 다른 나라에 넘긴다면 이 나라의 국가적인 자존심이 말이 아니지 않은가. 잘만 버티면 바레인에서 재판을 받고 이곳에서 처형되겠지.’



나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내 이름 석자도 똑똑히 밝히지 못하고 엉뚱한 중국인으로 죽어가는 것이 조금은 가슴 아팠다. 그래도 남조선 특무의 소굴로 끌려가 갖은 수모를 다 겪으며 비밀까지 털어 놓고 죽는 것보다 천 배 만 배 나았다. 같은 재판을 받는 일만 해도 남조선보다는 바레인이 훨씬 나을 거라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



바레인 병원과 경찰서에 있으면서 느낀 일이지만 바레인 사람들은 대체로 순하고 사고가 자유롭다는 것을 알았다. 거짓으로 속이더라도 바레인 사람을 속이기가 쉬울 것 같았고 마지막 순간에 고문을 당하더라도 바레인 쪽이 좀 덜 독할 것 같았다. 더구나 자기네 비행기도 아니고 자기네 국민이 죽은 것도 아니니 뼛속 깊은 원한은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현재 남조선 려객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뚜렷한 증거도 없는 나를 어떻게 하겠는가. 게다가 나와 김승일은 위조 일본 려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바레인 정부가 절대로 나를 남조선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



핸더슨 부부는 더 이상 나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는 얼굴이었다.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혀를 차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넌 참 딱한 아이로구나. 우리 말귀를 그렇게 알아듣질 못하다니......” 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날이 지남에 따라 바레인 당국에서도 지친 기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무식한 철부지 중국인처럼 행동하면서 중요한 대목에서는 대답도 않고 울기만 하니 그들도 속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심문 횟수가 차츰 줄어들고 한가한 시간이 조금씩 많아졌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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