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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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스물 두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5-25 17:18


중국어 통역을 맡았던 홍콩 여자가 구세주처럼 조사실로 들어섰다. 그녀는 나를 찾아 올 때는 나의 고통과 슬픔을 위로하는 뜻으로 평소에는 짙게 하던 화장을 지우고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나타났다. 그런 세심한 잔신경까지 써주는 그녀가 난 감동스러웠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마유미!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골라봐”



그녀는 자신이 경영하는 중국식당 차림표를 가져와서 내 앞에 펼쳐 놓았다. 나는 그녀의 손에 매달렸다.



“내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나는 어쩌면 좋지요?”



내 말에 그녀는 한없이 동정어린 얼굴이 되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글세...나로서는 마유미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으니 딱하기만 하군. 여기에서는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애. 사실은 우리 어머니도 그전에 무슨 일로 수사기관에서 손톱 뽑히는 고문을 당하고 돌아가셨어. 어쨌든 남조선에는 가지 않아야 해. 남조선 가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리며 버텨봐. 내가 일러 줄 수 있는 건 그 정도 뿐이야.”



자신의 중국식당 음식을 좀 먹이려고 찾아 왔던 홍콩 여자는 내내 한숨만 쉬다가 돌아갔다. 그녀가 다녀간 후 나는 더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의 말투에서 내가 남조선으로 곧 보내질 거라는 암시가 풍겨졌던 것이다.



‘남조선에 보내지면 어떻게 하나?’



막막하기만 할 뿐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여기에서 겪는 시련은 문제도 아닐 텐데 내가 과연 그 혹독한 고문을 견뎌낼 수 있을까. 두렵기 그지없다. 다음 날 오후 4시 경에 핸더슨 부부가 찾아왔다. 마리아는 사들고 온 쵸코레트를 꺼내 나에게 주었다.



“식사도 많이 하고 걷는 연습도 자주 해서 빨리 건강을 회복해야지.”



그녀는 걱정을 한 뒤 간호사와 여경찰을 밖에 나가 있도록 하고 집중적으로 심문에 들어갔다.그동안 물어 온 것을 다시 반복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마유미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보증해 줄 사람만 있으면 우린 믿겠어. 그런 사람을 대봐.”

“마카오에 살았다면 마유미를 아는 사람이 마카오에 당연히 있어야 되는데 샅샅이 알아 보아도 마유미를 아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왜지?”

“만일 중국인이라는 사실만 입증이 되면 우리는 마유미를 중국으로 보낼 수도 있어. 그만큼 일도 빨리 해결될 것이고. 친척이나 친구를 알려 주면 더 빨라지지.”



그들은 이름을 대라고 고아댔다. 소리치다가 달래고 협박하다가 사정하고 그들은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했다.



“이 방엔 우리 부부밖에 없으니 지금부터 마유미가 하는 말은 모두 비밀을 지켜주겠어. 그러니 우리를 믿고 솔직히 말해준다면 우리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줄 것을 약속하지. 우린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감언이설로 나를 유혹하기도 해 보았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답은 하지 앟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되풀이했다.



“제발 남조선에는 보내지 말아 주세요. 어차피 죽게 된 몸이라면 여기서 펴히 죽게 해주세요. 소원입니다. 그 부탁 뿐이에요.”



나는 떼도 써보고 애원도 해보았다. 물론 내가 그런다고 해서 그들의 일처리나 계획이 달라지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철부지 처녀처럼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 뿐이었다. 더구나 그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말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딴청을 부리는 도리밖에 없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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