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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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스물 네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5-31 18:25


세상물정 모르는 무식한 철부지 중국인처럼 행동하면서 중요한 대목에서는 대답도 않고 울기만 하니 그들도 속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심문 횟수가 차츰 줄어들고 한가한 시간이 조금씩 많아졌다.



나를 감시하는 녀자 경찰과 간호사만 함께 있는 시간이 나는 가장 좋았다. 그들은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일상적인 대화만을 주고받았으므로 마음도 편안했다. 핸더슨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이제 겁부터 났다. 그들이 같은 내용의 질문을 다른 방법으로 요리조리 물으면 나는 저번에 말한 답변과 틀리지 않기 위해서 머리카락 끝까지 바짝 긴장하여 대답을 골랐다. 그러다 그들이 돌아가고 나면 긴장이 풀리면서 녹초가 되었다. 또 그런 나 자신이 한심하고 기막혀서 베개를 푹 적실 정도로 한없이 울곤 하였다. 그러면 곁에 있는 간호사가 눈물을 닦아주고 측은해 하였다.



“마유미! 울지마. 그렇게 자주 울기만 하면 건강이 회복되지 않을거야.”



간호원은 친언니처럼 나를 걱정해 주었다. 정이 많이 들어서 조용한 시간에는 짧은 영어로 잡담도 조금씩 하는 사이로 변해갔고 나는 심적으로 그들을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필리핀 간호사는 자기 가족 사항이나 필리핀의 생활풍습을 알려 주기도 했다. 바레인에는 돈벌이하러 왔는데 매달 900딸라를 받아 그중 200딸라만 쓰고 700딸라는 집에 송금 한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한 바레인 녀자 경찰은 바레인의 회교라는 종교와 알라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해주고 자신이 약혼식을 올렸기 때문에 손바닥과 발바닥에 옥도정기 같은 색깔의 물감을 칠했다고 손바닥과 발바닥을 보여준다. 그 녀자 경찰은 자기네 결혼 풍습을 설명해 주고 바레인 말투로 한두 마디씩 가르쳐 주었다. 또 코니라는 간호원은 엉뚱한 말을 자주 해서 나를 웃겼다.



“중국인은 눈이 치켜 올라가 있으며 일본인은 반쯤 치켜져 있고 남조선 사람은 눈 양끝이 밑으로 처져 있대. 마유미는 틀림없는 일본인이야. 나는 알 수 있어.”



그녀의 말에 나는 그냥 웃기만 했다. 나를 떠보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니었는데 나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 날 저녁 핸더슨 부부가 뉴스 시간에 맞추어 조사실로 텔레비죤 1대를 보내와서 1시간 동안 보도를 보았다. 아랍어로 나오기 때문에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화면을 보니 남조선 정세에 대한 보도였다.



청년 학생들이 입을 손수건 같은 것으로 가리고 경찰을 향해 불과 돌을 던지고 경찰은 방패로 그것을 막아내면서 학생들을 잡았다. 서로 쫓고 쫓기며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었다. 같은 남조선 사람끼리 그리 엄청나게 싸우는 것을 보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과연 북에서 듣고 배운 대로 남조선은 군사파쑈화된 포악한 나라가 틀림없었다. 서로 돕고 살아야 할 자기들끼리 저리 무지막지하게 싸우고 잡아가고 하니 정말 못된 사회구나 하는 생각을 확인시켜 주는 뉴스였다. 뉴스를 보고 나서 남조선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는 더욱 커지고 만약의 경우 남조선에 보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다시금 시달려다.



랭정을 되찾아 핸더슨이 텔레비죤으로 남조선 정세를 보게 해준 의도가 무엇일까를 곰곰 궁리해 보았다. 핸더슨 부부가 찾아와 순순히 말하지 않으면 남조선으로 보내겠다고 겁주던 일, 홍콩 여자가 나를 불쌍하다고 동정하며 남조선에 가게 되면 무조건 남조선 려객기 실종사건에 관계된 사람으로 강요당한 끝에 고문을 겪고 죽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던 일 등이 다 핸더슨의 작전이 아닐까 하고 의심이 들었다. 남조선에 가면 너는 죽게 될 것이니 빨리 사실대로 말하라고 꾸민 작간이 틀림없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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