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극, 정은이와 룡해

룡해 : 장군님~ 장군님~

정은 : 어 그래 최비서, 어서 오시게.

룡해 : 아니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저를 친히 부르셨습니까요?

정은 : 뭐 딴 건 아니고 아 요즘 남조선에서 유행하는 연속극 그 뭐더라? 왔다! 뭔 보리던데?

룡해 : 에헤헤헤 혹시 왔다! 장보리가 아닙니까요?

정은 : 그래 그래 그거 장보리. 엥? 최비서도 아네?

룡해 : 아 고게 그 얼마나 재미난지, 아 주말마다 그거 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요?

정은 : 그럼 지난주도 봤겠네?

룡해 : 아, 물론 봤습니다요.

정은 : 아니 지난 주말에 몸 아프다며 레슬링 경기도 못 보겠다고 들어가더니 남조선 연속극 보려 그랬던 거 아냐?

룡해 : 아, 아, 아닙니다요. 몸이 아픈 건 사실입니다요, 그냥 아파서 집에 있는 김에 겸사겸사 해서 본 거지 딴 뜻은 없습니다요. 근데 그건 왜 그러십니까요?

정은 : 뭐 딴 건 아니고 나도 지난 주말 꺼 못 봤단 말야. 그러니까 최비서가 알아서 좀 구해 봐.

룡해 : 아 그런 거라면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제가 10분 내로 당장 구해오겠습니다요.

정은 : 역시 최비서 밖에 없다니까. 건 그렇고 아 미국 놈들은 어떻게 됐어? 별 반응이 없어?

룡해 : 뭐가 어떻게 됐냐는 건지......

정은 : 아 미국 방송사까지 불러들여 인질로 잡아 놓은 놈들 방송까지 내보냈는데 별 반응이 없냐고?

룡해 : 아직은 특별히 연락 온 게 없습니다요.

정은 : 똥뙈 놈들 뒤통수 좀 치려면 어떻게든 미국하고 대화 통로는 뚫어야 되는데.

룡해 : 그러게 말입니다요. 근데 그게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요.

정은 : 왜? 인질 세 놈 가지곤 안 된데?

룡해 : 그게 저 미국 놈들 원칙이 인질을 붙잡고 있는 테러분자 하고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는 게 있어서.

정은 : 뭐야 그럼 내가 테러분자란 거야?

룡해 : 그렇게 말은 안 하는데 그놈들 입장에선 죄없는 사람을 붙잡아 두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요.

정은 : 치 아니 우리가 밥도 먹여주고 아프면 치료도 다 해주고, 거기다 두 놈은 호텔에서 재우고 있다며. 아니 세상에 이렇게 잘 해주는 테러범이 어디 있데?

룡해 : 그러게 말입니다요. 그래도 제 놈들이 뭐 어쩌겠습니까요. 이번에 미국 방송사까지 끌어 들였는데 곧 연락이 오지 않겠습니까요?

정은 : 하긴 뭐 미국 놈들은 자기 인민 목숨이라면 끔찍이 여기는데 별 수 있가서?

룡해 : 근데 인질들을 보내준다 해도 핵문제 땜에 뭐 크게 얻을 게 있겠습니까요?

정은 : 아 누가 그걸 몰라? 그냥 적당히 대화 통로만 만들면 되는 거지 뭐. 그래야 똥뙈 놈들 하고 남조선 놈들이 안달이 날 거 아냐.

룡해 : 그런데 장군님. 이게 잘 안 되면 어떻게 합니까요? 그럼 인질들 갖고 장난쳤다고 완전히 개망신만 당하고 장군님은 국제적 테로분자로 완전히 낙인찍히지 않겠습니까요?

정은 : 그러니까 어떻게든 미국 놈들하고 뭐든 해야지. 그래서 이번에 리수용까지 미국에 보내는 거잖아.

룡해 : 엥? 리수용 외무상이 미국에 갑니까요?

정은 : 그렇다니까? 좀 있음 유엔총회가 있는데 그걸 핑계로 어떻게든 미국 놈들하고 좀 잘 해보라고 내가 가라고 했지.

룡해 : 가서 미국 놈들 비위 좀 잘 맞춰야 하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요.

정은 : 내가 스위스에서부터 봤는데 아 리수용이가 비위 맞추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한다니까. 아마 최비서도 리수용한텐 못 당할껄?

룡해 : 아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요. 아 저야 장군님이 죽으라면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습니다요. 명령만 내리십시오.

정은 : 아 내가 다 늙은 노인네 죽는 거 봐서 뭐하게~ 알았으니까 됐고, 얼렁 가서 왔다! 장보린가 뭔가나 좀 구해 와. 알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