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극, 정은이와 룡해

룡해 : 장군님~ 장군님~

정은 : 오 그래 최비서, 어서 오시게.

룡해 : 에헤헤헤 어째 오늘은 기분이 좋으신 거 같습니다요.

정은 : 아 아세아경기대회에서 우리 축구가 이겼는데 그럼 기분이 안 좋가서?

룡해 : 뭐 여자 선수단이 윁남한테 5대 0으로 이긴 거 말씀하십니까요?

정은 : 아 여자 축구야 당연한 거고, 윁남이 어디 우리 상대나 돼~? 남자 축구 말이야, 남자 축구.

룡해 : 아~ 똥뙈 놈들한테 3대 0으로 이긴 거 말입니까요?

정은 : 그렇지. 아 내가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갔다니까.

룡해 : 엥? 장군님한테 체증이 있었습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드십니까요?

정은 : 누가 진짜 체증이 있다 그랬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룡해 : 하긴 저도 축구 보면서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모릅니다요. 그동안 우리가 똥뙈놈들한테 당한 걸 생각하면 3대 0이 아니라 한 10대 0으로 이겨서 아예 개망신을 줘도 모자랍니다요.

정은 : 그러게. 아니 똥뙈 놈들은 13억에서 뽑아놓고 그렇게밖에 축구를 못하는지 몰라?

룡해 : 이게 다 장군님이 지도를 잘 하신 덕분이 아니겠습니까요?

정은 : 아무래도 그렇겠지. 내가 잘 지도해서 그런 거 맞지?

룡해 : 아 녀자축구경기 끝나고 감독이 하는 말 못 들어보셨습니까요?

정은 : 왜? 뭐라 그랬는데?

룡해 : 아 우리 팀은 장군님이 직접 방문해 지도해주신 팀이다. 항상 장군님이 우리를 지켜보신다고 생각하며 경기에 임해서 이런 좋은 성적이 나왔다 뭐 그랬습니다요.

정은 : 그게 남조선 언론에도 나왔어?

룡해 : 뭐 신문에는 안 나왔고 인터넷에만 쪼끔 나왔습니다요.

정은 : 뭐 아무데나 나옴 어때. 어쨌든 이걸 어떻게 잘 써먹어서 남조선 언론이 나를 대대적으로 칭송하고 있다 이렇게 한 번 해봐.

룡해 : 안 그래도 이미 조치를 취해놨습니다요.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딸랑~ 딸랑~

정은 : 최비서 아부는 갈수록 실력이 느는 거 같은데, 노인네가 어떻게 부끄러운 줄 몰라~ 뭐 아무튼 됐고, 그럼 남조선 하곤 언제 붙어?

룡해 : 준결승은 돼야 합니다요. 이제 예선전 시작했으니까 좀 기다리셔야 합니다요.

정은 : 딴 경기는 다 필요 없고, 축구는 무조건 이겨야 돼. 그래야 인민들 속에 퍼지고 있는 남조선풍을 쪼끔이라도 빼지 않가서?

룡해 : 그래서 제가 반드시 축구는 반드시 이겨서 남조선 땅에 우리 공화국기가 펄럭이라고 단단히 주의를 줬습니다요.

정은 : 남조선한테 이기기만 하면 벤즈 응 그거 한 대씩 다 준다고 그래.

룡해 : 지면 어떻게 합니까요? 어디 수용소라도 보낼까요?

정은 : 아 그러다 또 바깥에 알려져서 개망신 당하면 어쩌려고. 그냥 교육만 단단히 시켜.

룡해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장군님. 그리고 남조선 놈들이 자꾸 고위급회담을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요?

정은 : 뭐 남조선 놈들이 돈이라도 잔뜩 보내겠데?

룡해 : 그건 어림도 없습니다요.

정은 :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은데? 지금처럼 계속 핑곌 대면서 뜸을 들이는 거 말고 딴 방법이라도 있어?

룡해 : 뭐 대화를 하는 시늉은 계속 내야 하니까 아예 안 한다고 싹뚝 자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우리가 꼬리를 내리고 손을 잡는 것도 다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요?

정은 : 그럼 뭐 방법이 없네. 최비서가 알아서 대충 핑계를 대면서 적당히 처리해.

룡해 : 안 그래도 남조선에서 자꾸 삐라가 날라 와 그걸 멈추지 않음 안 만나겠다고 했습니다요.

정은 : 그러다 남조선 당국이 삐라 보내는 걸 막음 어떻게 해? 회담을 해야 하는 거 아냐?

룡해 : 에헤헤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요. 남조선 당국은 민간에서 하는 걸 절대 막을 수 없습니다요.

정은 : 인민들 하나 맘대로 못하고 하여튼 골치 아픈 곳이라니까. 그럼 됐고, 선수단한테 연락해서 내가 통 크게 선물을 쏠 테니까 무조건 남조선한텐 이기라고 해. 알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