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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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지하 조사실, 다섯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7-06 09:36


남조선에 이런 좋은 치약이 있을까 하고 유심히 치약 껍질을 살폈다. 껍데기에는 조선어와 영어로 치약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이름 자체는 영어였다.



‘그러면 그렇지. 외제 상품이구만. 남조선은 외국 차관으로 나라 살림을 지탱해 나가고 수입 상품이 판을 친다더니 과연 그 말이 맞았어. 생필품인 치약 하나도 제 손으로 만들어 쓰지 못하고 외제를 쓰다니 망해 먹을 나라가 아닌가?’



나는 약간 질이 떨어지더라도 자체 생산해서 쓰는 북조선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비누, 샴푸, 린스, 수건, 목욕 후 얼굴에 바르라고 주는 크림, 어느 것 하나도 외국 이름이 아닌 것이 없었다. 이러다가는 이놈들이 우리 조선을 외국 놈들에게 다 팔아먹고 말겠구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목욕을 끝내자 바레인에서 입고 온 옷을 모두 벗기고 남조선 상표가 붙은 속내의와 단복으로 갈아 입혔다. 속내의는 여자들을 홀딱 빠지게 할 정도로 모양과 촉감이 훌륭했다. 속내의로 입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그냥 장식용으로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복 역시 바레인에서 입고 온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 좋았다. 죄인으로 끌고 온 나한테 왜 이다지 최고급 물건만 내놓고 편하게 해 주는가 의문이었다. 그 의문점은 쉽게 풀렸다.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뿐이기 때문이었다.



‘남조선 특무들이 나를 회유하여 비밀을 뽑으려고 하는 거야. 만일 내가 끝까지 말을 안 하면 네놈들이 이 옷들을 모두 벗겨서 빼앗아 가고 그때부터 본색을 드러내겠지. 아무리 좋은 음식, 좋은 옷을 줘 봐라 내가 그 작간에 넘어가는지. 나는 너희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들이 주는 것들을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내심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은 뒤 소파에 앉자 남자 수사관들이 들어왔다. 그중 한 사람이 종이컵에 커피를 들고 와서 나에게 권했다. 커피를 보니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반가웠다. 초대소에서나 외국 려행 중 계속해 커피를 마셔 왔던 나는 어느 정도 커피에 인이 박힌 상태였다. 그렇지 않아도 바레인 조사실에 있을 때부터 커피 생각이 간절했지만 죄 지은 주제에 커피를 요구하기가 미안해서 참아 넘겼던 것이다. 우유보다 밥보다 커피가 구미에 당겼다. 커피가 너무 뜨거웠지만 후후 불면서 급하게 마셨다. 내 입맛에 딱 맞게 타진 커피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어느 나이든 수사관이 옆에 있는 수사관에게 무심히 말을 건넸다.



“쟤가 조선 사람임에 틀림없어. 뜨거운 걸 마실 때 후후 불며 마시는 민족은 우리 조선족 뿐이거든.”



나는 그 말을 듣자 마시던 커피 잔을 놓고 ‘아차’ 하며 내 실수를 깨달았다.



‘놈들이 나를 시험하려고 일부러 뜨거운 커피를 주었구나. 나쁜 놈들!’



나는 더 이상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았다. 입맛이 싹 가실 만큼 기분이 나쁘고 당황이 되었다. 사실은 그것이 더 큰 실수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할 정도로 나는 우왕좌왕하는 심정이었다. 갑자기 마시던 커피 잔을 놓았다는 것은 그들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증거였다. 어쨌거나 나는 커피 잔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세면대에 쏟아버리고 종이컵을 물로 깨끗이 씻는데 여수사관이 “그건 버리는거야.” 하며 쓰레기통을 가리킨다. 나는 종이컵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았다.



‘아니 이 멀쩡하고 좋은 걸 왜 버리는 거야. 아직 한참을 더 쓸 수 있겠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그런 행동들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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