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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국회의원 선거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4-13 18:33


오늘은 국회의원 선거날이다. 남조선에 온 후, 아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투표라는 걸 해 본다. 가슴이 설렜다.



물론 고향에서도 몇 번 선거에 참여하긴 했지만 당에서 이미 정해준 사람에게 무조건 찬성표만 주고 나온 거라 사실상 선거라고 할 수도 없었다.



며칠 전 후보자들과 각 당을 알리는 선거 공보물을 우편으로 받아보았다. 요 며칠 출퇴근길에 선거 유세하는 걸 보긴 했지만 도대체 누굴 찍으면 좋을지 몰랐던 터에 우편물이 왔던 것이다. 선거 유세하는 걸 보면 시끄러운 음악을 꽝꽝 틀어놓고 방송으로 고래 고래 외쳐대는게 뭔 소릴 하는지 통 알아들을수 없었다. 그저 자기가 제일 잘났으니 자기를 뽑아달라고 떠드는 것 같았다. 아니 지를 어떻게 믿고?......



그런데 선거공고물도 마찬가진 것 같다. 우편물을 뜯어보니 뭐가 이다지도 많담? 우리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들과 각 정당에 대한 선전물이 십수장이나 된다.



그래도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을 뽑는 선건데, 안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봤다.



정말 다 똑똑해 보이고 잘나 보였다. 활짝 웃는 모습은 어찌 그리 다 똑 닮았는지. “국회의원만 시켜주면 어디를 공원으로 만들겠다. 일자리를 늘리겠다 등등 하는 말도 다 비슷하다.



정당 선전물은 더 심하다. 무슨 놈의 당이 이렇게나 많은지.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정당의 선전물이 가득하다.



차근차근 살피고 고민한 끝에 나는 그나마 제일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랐다. 그래도 제일 약속을 잘 지키고 진실한 사람같아 보였다.



선거 날은 출근을 하지 않아 아침을 천천히 먹고 투표를 위해 집을 나섰다. 선거날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나가던 기억이 나서 오래만에 치마를 입고 나갔다.



투표소가 설치되 있는 학교 정문에 들어서니 투표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런데사람들이 별루 없다. 그리구 치마는커녕 청바지를 입고 온 녀성들이 대부분이다. 허술한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들도 보인다. 습관처럼 조심스레 투표소입구에 들어서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 차례 들어간다. 그런데 입구에 안내원이 한명 서있을 뿐 누구하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어떤 처녀애는 투표하고 나와서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기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 자유자재로 들어가서 투표하고 제 멋대로 돌아가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나도 차례가 되여 신분증을 확인한 후 투표용지란 걸 받았다. 2장이다. 흰색 종이는 지역에서 인민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위한 것이고 풀색 종이는 정당을 위한 것이다.



투표용지를 받아든 나는 칸막이가 쳐진 곳으로 들어가 미리 생각해둔 후보자와 정당을 찍고 나와 투표함에 용지를 넣었다.



그리고 내가 찍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길 마음속으로 빌면서 투표소를 나왔다. 내 인생의 첫 진짜 투표는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 저녁에 TV을 보니 내가 찍은 후보는 아쉽게 떨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몇 백표도 안 되는 근소한 차이로 다른 후보가 국회의원이 됐다. 물론 잘 몰랐던 사람이지만 난생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를 했는데 당선이 안 돼 속상하다.



다음날 아침, 회사에 출근하여 다윤언니를 보자마자 내가 투표한 사람이 떨어졌다고 투덜거리자 언닌 뭔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며 깔깔 웃는다.



그러더니 투표는 잘 했냐고 되받아 물었다.



“그럼요, 투표용지에 내가 원하는 사람 밑에 칸에다 동그라미를 확실히 그렸지.”



“뭐, 하하하.... 아이고 죽겠다...”



뭐가 그리 웃긴건지 다윤언니가 배를 그러쥐고 웃는다. 한참이나 실컷 웃고 난 다음 언니가 한 다는 말, “네가 한 투표는 무효야,”



세상에 내가 한 투표가 무효가 됐다구? 투표소 안에 있는 연필 같은 거로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생각해보니 투표소 안에 마찌크같은게 하나 있긴 있었다.



이런~ 그래도 처음 투표를 했다고 좋아했는데, 허망 물이 되다니. 어휴~



내가 찍은 사람이 안 된 것보다 더 속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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