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핫팬츠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6-21 18:03


오늘 난생처음 핫팬츠를 입고 출근 길에 올랐다. 거의 엉덩이 밑까지 짧은 반바지를 처음 입고 나서니 많이 어색하긴 하지만, 뭐 다들 그렇게 입고 다니니 괜찮을 것 같다. 처음엔 허연 다리를 다 드러낸 옷차림에 내가 다 민망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입고 싶은 마음만 더해간다. 더운 날씨에 간편하고 시원 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 한번 용기를 내어 입고 나섰다.



옷차림이 시원하니 몸이 날아갈 듯 했다. 아파트구내를 빠져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이 많이 보이자 절로 손이 엉덩이 뒤로 갔다. 지하철 입구 계단을 올라갈 땐 뒤 사람들이 모두 나만 보는 것 같아 바지 뒤 끝을 계속 잡아 당겨 내렸다.



(이런 젠장! ~ 이럴 줄 알았으면 입지 말걸, 아유, 창피해, 딴 여자들은 당당히 잘도 걸어다니더만, 난 왜 이렇게 어색하지?!)



겨우 참고 회사에 도착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윤 언니 또한 나를 보더니 “와우! 정임씨, 핫팬츠 입었네~ 굿!”하며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그 소리에 직원 분들의 시선이 쫙 몰려왔다. 과감한 내 옷차림에 모두들 놀란 표정들이다.



(이건 좋다는 소린지, 놀리는 소린지 알 수 있나?) 뭔가 아리송하고 찜찜한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황황히 자리에 앉았다.



사장님; 근데 정임씨, 만약 북한에서 그런 핫팬츠를 입으면 어떻게 되는가요? 처벌을 받는다구 들었는데,



불안정한 내 마음 아셨는지 사장님이 화제를 돌리셨다.



나도 그 말에 기분 전환 하는 셈치고 한 마디 했다.



정임; 아유, 더 말 있겠어요? 어쩌는 줄 아세요? “야야야야~ 야, 이 남조선 아새끼들 빤쯔를 입은 이 간나새끼! 이게 어디서 자본주의 날라리가 꽉 찬게~ 너 완존 미쳤구나, 엉? 히야~ 이거 뭐~ 야, 차라리 다 벗구 다녀라, 엉?, 너 아무래두 맛 좀 봐야 되겠다, 한달간 단련대다. 저기 말라붙어 서!”



직원들; 하하하~~



내 말에 웃음보가 빵 터졌다. 처음 함경도 사투리를 들어봤으니 그런 것 같다. 나도 오래만에 고향기분을 느끼는 것 같아서 함께 실컷 웃어댔다. 그러느라니 어느 새 어색한 기분도 싹 다 사라졌다.



한바탕 웃어대고 모두들 일에 열중했다. 그런데 이외로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도 옷 때문에 신경 쓰여 일에 지장이 되는 건 조금도 없었다. 핫팬츠를 입은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뭐라 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출근했을 때 다윤언니가 던진 한마디도 분명 나쁜 의미는 아니였을 것이다. 오히려 내 스스로가 안절부절 못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을 지도 모르겠다.



고향에선 상상도 못해본 일을 나는 대담하게 저질렀다. 자유로운 옷차림, 얼마나 좋은가! 갑자기 내가 자유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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