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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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속도전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6-14 18:12


오늘은 아침부터 건너 편 건물을 부수는 소리 때문에 주위가 산만하다. 3층짜리 낡은 건물을 부수고 아마 새로 지으려는 모양이다.



정임; 아유 시끄러워! 오늘은 온 종일 저 소리 땜에 정신이 하나도 없겠네,



나는 아예 귀에다 휴지종이를 꼬깃꼬깃 틀어박았다. 근데 소용이 없었다. 참다 참다 종이쪼가리를 뽑아 홱 던져 버렸다.



그런데 아뿔사, 사장님이 내가 버린 휴지 조각을 말없이 집어 휴지통에 넣으신다.



아이고~ 이게 무슨 실수람, 두 눈을 꼭 감고 못 본 척 했지만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 사장님은 아무 말 없으신다. 차라리 욕이나 한바탕 하시지 말씀이 없으시니 속은 더 타들어갔다.



고개도 못 돌리고 꼼짝 않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그렇게 요란하던 기계소리가 뚝 멈추었다. 그제서야 밖을 내다보니 엉? 건물 자리가 휑뎅그렁했다.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건물을 모조리 부셔버린 것이다.



정임; “이게 뭐야?! 벌써 다 부셔버린거야? 우와 하!~ ‘속도전’, 그렇지! 이것이 바로 속도전이다!” 창피했던 마음도 까마득히 다 잊고 나도 모르게 환성을 질렀다. 순간 직원들의 머루알 같은 눈들이 일제히 나한테 던져졌다.



이크! 몸을 움츠리고 또다시 쭈그리고 자리에 앉았지만 창밖 건너편에서 눈길이 떠날 줄 몰랐다. 건물을 다 부시니 이번엔 건물쓰레기를 퍼가는 작업이 시작됐다. 기중기같이 생긴 차가 와서 그것을 척척 퍼 실어 가니 쓰레기더미가 푹푹 자리가 났다. 정말 잽싸고 빠르다. 뭐니 뭐니 해도 모든 걸 기계로 한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다. 기계를 운전하는 사람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늘 땅과도 같은 북과 남의 차이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풍경 하나만 가지고도 쉽게 설명될 것이다. 어딜 가나 산중턱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북조선의 속도전이란 구호가 생각난다. 북조선에서 속도전은 사상정신을 강조하며 사람들의 입에 수도 없이 오르내린다. 아파트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선 로동자들이 그 뜨거운 찜통더위에도 무거운 흙을 등에 지고 들것에 퍼 나르며 속도전으로 일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더욱 속도를 내라고 방송차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하지만 남조선은 그 어디에도 속도전이란 구호가 없다.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들이 그물망을 치고 조용히 그 안에서 작업을 하며, 이따금씩 망치질 소리가 들릴 뿐이다. 그런데도 하룻밤 자고 나면 건물이 몇 층씩 쑥쑥 올라간다. 그렇다고 부실하게 건물을 짓지도 않는다. 겨우 건물하나 달랑 지어놓고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질하는 북조선의 기념비적 대건축물이 여기 남조선에는 수천 수백개나 건설되어 있다. 그만큼 량과 질이 보장된 속도전의 창조물이 남조선에 더 많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적은 인력을 투입해 짧은 시간 안에 훌륭한 건물을 짓는 것, 이것이 바로 진짜 속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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