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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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휴가(3)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8-30 18:17


제주도 려행 마지막 날, 오늘은 송악산으로 간다. 어제 해수욕장에서 실컷 물놀이하고 모두들 눈이 벌건게 피곤한 기색이 력력했지만 초롱초롱 정기는 넘쳤다. 말로만 들어온 제주도까지 왔는데, 피곤하다고 정신을 놓으면 순간이나마 좋은 구경 놓치게 된다. 그러니 려행기간 만큼은 모두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것이다.



효과; 오빤 강남 스타일~



택시 기사 아저씨가 센스 있게 요즘 한창 뜨는 노래까지 틀자 모두들 머리와 어깨, 몸을 좌우로 흔들며 흥에 겨워 박자를 맞추었다. 그리곤 차창으로 스치는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저마다 제주의 공기와 기운을 마지막으로 한껏 만끽하려고 애썼다.



송악산 입구에 내려 훤히 트인 바다 쪽을 바라보니 정경이 정말 멋있었다. 용암이 바닷물을 만나 급격히 식으면서 생겼다고 하는 용암석은 마치 정렬하게 줄 세워놓은 기둥같았다. 그 용암석 사이 사이로 철석 철석 파고드는 파도며, 바다 한가운데 나란히 앉은 형제바위, 말로만 듣던 가파도와 마라도, 그 뒤 한라산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그 모든 것들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였다. 파도에 데그르르 굴러다니는 자그마한 암석덩어리 하나 집어들어 살펴보니 백두산 화석과는 조금 달랐다. 부석부석한 건 비슷하지만 백두산 화석은 가볍고 구멍이 숭숭난 반면 제주도 암석은 무겁고 구멍들도 깊지 않았다. 명희는 제주에 온 기념으로 가져간다며 암석 덩어리 하나를 가방에 넣었다.



새처럼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해녀동상은 사람들이 어찌나 만졌는지 반질반질하니 해볕에 반짝거렸다. 송악산 기슭을 따라 조금 걸으니 련속극 촬영장도 있었다. 불난지 팬션이라고 몇 년전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련속극을 찍은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왠지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출입금지를 해놓았다. 들어가보고 싶은데 참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제주 특산물을 살 수 있다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키가 훤칠하고 잘 생긴 말들도 몇 마리 있었는데 그 옆에서는 하얀 옷에 까만 조끼를 입은 한 아저씨가 묵직한 봉투 하나를 손에 들고 설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의 말인즉 말뼈가루가 사람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최고의 약재라고 한다. 특히 옆에 서있는 튼튼한 말 다리를 가리키면서 “말은 평생 동안 앉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말 뼈의 특효는 끝내준다”고 했다. 귀가 솔깃한 나머지 우리는 각자 모두 한 봉지에 50만원씩 주고 샀다. ‘이거면 평생 뼈아픈 고생은 안하겠지?!,’ 명희의 말 한마디에 웃음보를 터뜨리며 매장 밖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에 뭐야? 평생 앉지 않는다던 말이 보란듯이 네발 쭉 펴고 늘어져 있는 게 아닌가,



정임; 아, 이놈의 말, 일어섯! 약속이나 한 듯 우리 넷은 동시에 말한테로 달려갔다. 갑자기 튀여 오는 우리를 보고 말이 후닥닥 자리에서 일어나 저만치 달아났다. 성미가 급한 명희가 이건 사기라며 다시 가서 되물려야 한다며 급하게 뛰여 들어갔지만 그 아저씨는 온데 간데 없었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더 지체할 수도 없어 우리는 할 수 없이 돌아서야 했다.



공항으로 가는데 모두들 기분이 저기압이다. 좋은 구경 다 한 뒤 끝에 바가지를 제대로 썼다고 명희가 투덜거렸다. 그 때, 약삭빠른 기사 아저씨가 록음기를 제꺽 틀었다.



효과; 오빤 딱 내스타일~



흥겨운 음악리듬에 모두들 기분이 금방 확 돌아섰다. 비록 막판에 기분 좀 날아가긴 했지만 그 보다 얻어가는 것이 더 많은 려행이라고 생각한다. 북조선에선 말로만 듣고 지도에서만 보아오던 조선 땅 최남단의 섬 제주도, 이제 이북의 고향사람들도 마음으로만 그려오던 제주도를 직접, 마음껏 려행올 수 있는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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