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휴가(1)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8-23 17:47


래일부터 휴가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휴가라는 걸 받아본다. 작년에는 딱히 갈 데도 없구 해서 그냥 일했지만 올해는 제주도 구경도 하고 한번 놀러 가보련다. 하나원 동기 명희랑, 친구 넷이서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 비행기 표까지 다 사놓았다. 놀이공원도 가보고 물놀이장도 놀러가고 이참에 실컷 구경 다녀야지,~



첫 휴가를 즐길 생각에 퇴근하는 마음이 풍선처럼 붕 뜬 기분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지도 않고 놀러갈 준비부터 시작했다. 세면도구며, 갈아입을 옷가지를 비롯해 두루 두루 챙겨놓았다. 더 필요한 물건이 없나 생각하고 있는데, 띠링 띠링 명희한테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수영복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하자 이제 빨리 가서 수영복을 사오라는 것이였다.



전화를 끊자마자 밖으로 나와 아울렛으로 향했다. 수영복 같은 건 근처에서 파는 곳이 없기 때문에 큰 매장에 가야한다. 아울렛이라면 백화점 상품들을 다시 받아서 파는 곳인데 철따라 옷들이 가득했다. 30분 거리에 있는 매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이도 붐볐다. 승강기를 타고 수영복 매장이 어딘지 승강기 내 벽에 붙여있는 매장 안내도를 들여다보니 3층에서 내리면 되었다.



금방 3층에 도착해 내려 보니 입구에는 신발이랑, 체육복들만 보인다. 수영복은 또 어디에 있는지 천정 쪽에 붙은 안내판들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자동승강기(에스컬레이터) 바로 좌측 안내판에 수영복이란 글자를 발견했다. 어, 저기다! 나는 바로 걸음을 재촉했다.



정임; 참, 편리하네, 번거롭게 물어보지 않아도 가는 곳마다 안내판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



혼자 중얼 거리며 매장에 다다랐다. 갖가지 알록달록 예쁜 수영복들이 쭉 걸려있었다. 물안경도 있고 수영모자도 있고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귀마개도 있었다. 신기한 듯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때 마침 키가 늘씬하고 체격이 좋은 한 처녀가 수영복 사러 왔다.



일부러 저만치 물러서서 그가 어떤 것을 고르는 지 힐끔 힐끔 훔쳐보았다. 한참을 고르던 그가 수영복 하나를 집어 들더니 “이거 라지로 주세요,” 라고 했다.



정임; 라지? 라지는 또 뭐꼬?



매장 직원은 함통에서 똑같은 수영복을 꺼내 주었고 처녀는 바로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휙 가버렸다.



고민에 빠졌다. 시원히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본토인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채면 바가지를 쓸게 분명했다. 언젠가 명희가 외부에서 온 사람이란 걸 알면 장사꾼들이 값을 엄청 비싸게 부른다는 말을 해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내심 태연한척 하며 물건을 골랐다. 하지만 참 답답했다. 매장 안은 왜 이리 조용한지 누구한테 전화로 물어보지도 못하겠구, 에이, 모르겠다. 어쨌든 나쁜 건 아니겠지, 아, 맞다, 비닐에 싼 똑같은 상품 이였으니까 라지가 새 제품이란 말이 아닐까, 틀림없겠지,



정임; 저기요, 이거 라지로 주세요.



저 혼자 해석한 나머지 그 처녀와 똑같은 말이 순간 툭 튀여 나왔다. 그러자 매장 직원이 한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알았다는 듯 또 함통에서 똑같은 것을 꺼내주었다. 그리고 수영복에 붙은 가격표를 찾아보더니 4만 8천원이라고 한다.



나는 이미 고른 물안경과 귀마개랑 함께 신용카드로 모두 결제를 하고 바로 매장을 나왔다. 건물을 빠져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멈칫했다.



정임; 왜 바가지를 쓰지?



뭔가 리해되질 않았다. 항상 보면 매장의 옷은 가격표가 딱 붙어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본 한국인이 아닌 것이 들통 나도 어찌 바가지를 씌울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모르겠고, 래일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놀러갈 생각을 하니 흥분된 마음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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