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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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공원에서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9-06 18:46


오래 만에 산책을 나갔다. 건설이 한창인 집 뒤 공원이 몇 달 사이에 많이도 변했다. 평양 김일성 경기장만한 부지의 넓은 공원은 기본적인 모양과 틀은 다 갖춘 것 같다. 오불 꼬불 산책로며 잔디밭 한 가운데 휴식터, 남쪽선을 따라 둘러싼 야산의 정상에는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정각도 세워졌다.



공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성벽을 형상한 울타리가 쭉 둘러쳐져 있었는데, 너무 작아서 장난감 같은 느낌마저 들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조금 걸어가 보니 잔디밭에는 누렁황소 모형이 떡 하니 서있었는데, 진짜 소 같이 잘 두 만들었다. 그 옆 안내석에는 이런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옛날 조선시대 때, 한 농촌에서 누렁소와 검정소 두 마리를 앞세우고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다. 그 옆을 지나가던 황희라는 암행어사가 그 농부에게 어느 소가 더 일을 잘하냐고 물어보았다, 농부는 일하다 그만두고 가까이로 다가가 황희의 귀에 대고 “검정소가 더 힘이 세고 일을 잘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황희가 웃으면서 왜 그렇게 귀에 대고 속삭이냐고 물으니 농부가 하는 말이 “아무리 짐승이라도 서로 비교되는 것은 싫어하지 않겠습니까, 설령 저 녀석들이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손 치더라도 사물을 대함에 있어서 경솔해서는 안됩니다.” 농부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은 황희는 “미물을 대하는 데도 이래야 하거늘 사람은 어떠하겠소,”라며 평생을 사는데 처세의 본으로 삼았다고 한다.



글줄을 새길수록 머리가 끄덕여졌다. 실로 오래 만에 이런 글을 보는 기분이 남다른 것 같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말과 행동을 신중해야 한다.’ 얼핏 보기에는 누구나 이런 것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황희의 일화를 보면서 지난 2년간 남조선에 정착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북과 남의 문화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내 딴에는 롱담이라고 던진 말 한마디인데도 남한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고향에선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고 갔던 말들이었지만 남조선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는 일도 있었다. 지금은 북과 남의 차이를 알게 돼서 많이 조심스러워졌지만 처음엔 참 애를 먹었다.



반대로 남조선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일도 있었다. 남조선 사람들은 빈말을 자주한다. 례를 들면 다음번에 만나서 식사한번 하자는 말을 해놓구선 후에 아무 소식도 없는 경우다. 나는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화를 낸 적도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 사람들은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리해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조금은 뭔가 알 것 같다.



물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서 상대를 속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서로의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면 리해못할 것두 없다. 중요한 것은 사소한 것이라도 상대방을 리해하고 배려하는 것, 소에게도 배려하는 농부와 같은 마음과 자세는 북과 남이 하나가 되는 데도, 그리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데도 중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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