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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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한 여름밤의 음악회

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8-06 18:07


언젠가 음악회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평소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 었다. 혼자 조용히 곡을 듣다가도 직접 연주하는 소리도 들어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던 터였다. 하지만 회사일 하랴, 살림을 하랴, 항상 시간에 쫒기다보니 언제 한번 기회가 쉽지 않았다.



그날 모처럼 맞다든 기회였는데 그 마저 음악회소식을 조금 늦게야 알았다. 음악회에 가려면 서둘러야겠기에 저녁까지 거르고 버스에 올랐다. 여름이라 날씨는 무더웠고 도로가 차들로 많이 막혔다. 음악회 장소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고풍스런 분위기에 현대적이기까지 한 우아한 건물이다.



가까스로 도착하니 이제 막 음악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초대권을 내고 서둘러 입장해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씨야가극 “루슬란과 류드밀라”의 서곡으로 시작된 음악회는 남성중음, 녀성고음독창으로 쭉 이어졌다.



어린 녀자애들과 남자애들로 구성된 행복나무 합창단의 공연이 인상 깊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고 깜찍했던지, 키들이 들쑥날쑥하고 별로 꾸미지 않는 모습들이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무대에 잘 어울렸다. 약간은 어설프기도 한 전문 음악을 하는 애들이 아니었지만 가창과 앙상블이 제법이었다. 순수한 음악이었다고 할까, 생활과 예술이 잘 조화된 자연스런 무대였다.



그 애들의 공연이 끝나자 탈북피아니스트의 무대가 펼쳐졌다. 관현악반주의 잔잔한 선률 속에 피아노의 은은한 주 선률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꿈꾸는 듯한 황홀한 선률,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제2악장이었다.



모차르트가 29살 때 작곡한 이 협주곡은 1967년 스웨리예영화 “엘비라 마디간”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영화는 귀족출신의 젊은 군인과 교예단의 줄타기 소녀가 신분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가는 내용이다. 사회적 편견과 굴레의 벽에 부딪친 주인공들의 사랑은 자살이라는 두 방의 총성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지만 영화는 그 전반을 흐르는 모차르트의 피아노곡 덕분에 밝고 아름답게 안겨온다.



협주곡은 시종일관 잔잔하게 흐르면서 관현악과 피아노가 대화를 주고받듯이, 때로는 속삭이듯이 하면서 아름답게 전개되었다. 특히 첫 부분과 마지막부분은 꼭 잠든 아기를 보살피는 엄마의 세심한 손길과도 같이 듣는 이의 가슴을 살포시 어루만져주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가 터져도 곡의 세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래오래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 계속 되었다. 마치 죽음으로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 한 영화 주인공들의 그 자유로운 영혼처럼,



아마도 그 곡을 연주한 분이 탈북피아니스트 김철웅씨여서 더 뇌리에 남았던 것 같다.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 남조선으로 왔다는 김철웅씨, 그날 연주한 그 곡이 그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외 다른 공연들도 많았다. 하지만 행복나무 합창단 아이들의 공연과 김철웅씨의 모차르트 협주곡이 제일 인상에 남았다. 그 무대를 보면서 내가 남조선에 와서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났다. 전문 음악가도 아니고 곡의 예술적 세계란 것이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음악을 자유롭게 연주한다는 것, 자유롭게 감상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나름 느껴보게 된 한여름 밤의 시원한 음악회였다. 모든 것이 사상성 위주로 평가되고 제한되는 북조선에도 하루빨리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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