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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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자기표현

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8-13 17:54

어릴 때 유치원에 가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아침에 유치원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걸린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두 손 높이 쳐들면서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원수님 고맙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선생님 고맙습니다.”하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야 유치원의 하루일과가 시작되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몰랐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다. 물론 유치원에서 그렇게 하도록 시켰겠지만 어쨌든 콤퓨타에 프로그람이 입력돼있는 것 마냥 모든 것이 기계적으로 반복되곤 하였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유치원 때처럼 아침마다 초상화 앞에서 인사하는 것은 없어졌지만 대신에 수식어가 많아졌다. 무슨 회의나 행사 때마다 “어버이 수령님의 사랑과 배려에 의해서”라든지,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께서 마련해주신,”이런 말들을 염불 외우듯 반복하고 들어야 했다. 학생들과 학부형들에게 부담시켜 진행한 학교꾸리기사업도 당과 수령의 배려, 학교 적으로 무슨 성과가 있어도 죄다 수령님의 은덕이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셈이 들수록, 그 모든 것이 어이없고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상적으로 문제시되는 것도 두려운 일이었다. 마음에 없어도 그래야 했고, 그런 척 해야 했다.



지금 런던올림픽대회에 출전한 북조선선수들이 바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북조선 선수들은 대회초반부터 의외로 많은 금메달을 쟁취했다. 유도의 안금애선수, 력기의 엄연철선수와 김은국선수, 림정심선수들이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발휘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가슴을 찡하게 했다. 북조선의 어려운 현실에 그것은 큰 힘이 되는 소식이고 그래서 더욱 값진 것이다. 하지만 수상소감에 대해 선수들은 한 결같이 똑 같은 말만 되풀이해 실망을 주고 있다. “김정은 동지의 배려로” “김정은 장군님께서 힘과 용기를 안겨줘서”이런 식이다. 국제대회 수상소감에서 북조선선수들의 입에서 항상 나오군 하는 단골발언들이다.



북조선선수들과는 달리 남조선과 다른 나라 선수들의 수상소감은 아주 자연스럽다. “복권을 맞은 기분이다, 물심량면으로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용기를 불어넣어준 친구들이 고맙다, 끝까지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런 식이다. 금메달상금으로 뭘 할 거냐는 질문에도 “집을 사겠다, 녀자친구와 해외려행 가겠다.”는 등 답변들이 다양하다. 누구 눈치 보는 것도, 주저하는 것도 없이 오직 자기 생각을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북조선선수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마음껏 자기 심정을 표현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발언이 철저히 사상적으로 분석되고 평가되는 북조선에서는 꿈만 같은 일이다. 유치원 때부터 정해진 답안지마냥 똑같은 표현만 되풀이하며 살아왔으니 그렇게 안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고 부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이다.



북조선선수들이, 아니 북조선의 모든 인민들이 자기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지, 생각할수록 참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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