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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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아홉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4-26 18:06


옆에 앉아 있던 경찰이 수건을 벗겨 주며 ‘폴리스 오피스’라고 작은 소리로 가르쳐 주었다. 방 분위기를 보는 순간 이제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직감했다.



방에 들어서자 그들은 나를 침대에 내팽개치듯 내려놓고 왼쪽 손목에 다시 수갑을 채워 침대에 고정시켰다. 한치의 실수도 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결의 같은 것을 나는 느꼈다. 잠시 후, 나는 의자에 앉혀지고 50대 쯤으로 보이는 서양인 남녀가 들어왔다.



“만나서 반갑다. 나는 영국인이며 바레인 경찰의 책임을 맡고 있다. 나의 이름은 핸더슨이고 이쪽은 나의 안해 마리아다.”



남자는 영어로 천천히 자신과 자기 안해를 소개했다. 그의 말씨는 부드러웠고 동정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위로해 주었다. 몸은 좀 어떠냐며 찬찬히 살펴보는 호의를 베풀었다. 마리아는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듯이 멋지게 허리를 앞으로 굽히고 유리알같이 파란 눈을 반짝이며 내 얼굴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동물원의 원숭이 같은 기분이 들고, 내 신세가 하도 기가 막혀 눈물을 흘리자 마리아는 얼른 손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모든 것이 다 잘 될거야. 마음 놓고 건강을 회복해야지.”



마리아는 내 빰에 키스해 주면서 귀에 대고 속사였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가지고 온 하늘색 중국제 잠옷을 내놓으며 간호사들에게 갈아입히라고 눈짓을 했다. 간호사들은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잽싸게 내가 입고 있던 환자복을 벗기고 중국제 잠옷을 입힌 뒤, “뷰티풀, 뷰티풀! 베리 베리.....”하면서 나를 치켜세웠다. 나는 그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또다시 설움이 북받쳐 흐느껴 울었다. 그들의 마음에도 없는 찬사와 친절이 고문만큼이나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들이 나를 가지고 논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동정어린 눈과 달콤한 위로의 말은 거짓인 줄 알면서도 의지할 데 없는 나약한 한 처녀를 마음 약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그것이 나는 겁났다.



‘이건 나를 설복시키려는 그들의 작간이야. 방심해서는 안 돼. 마유미, 정신차려! 이 사람들의 작간에 넘어가서는 안 돼.’



나는 마음속으로 외치며 동요되는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핸더슨은 나의 그런 흔들리는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내가 알아듣기 좋게 천천히 영어로 말했다.



“만약 네가 이곳에서 잘 지내려면 우리를 도와 협력해야 한다. 이 정부에서는 너를 아주 나쁘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네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핸더슨이 말하는 영어 중에 몇몇 단어는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그가 ‘should help’와 ‘very bad and dangerous’를 강조해서 말했기 때문에 그 뜻은 짐작이 갔다. 그들이 나를 달래면서 한편으로는 은근히 협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What shall I talk”라며 반항적으로 말했다. 비록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기어들어가는 작은 소리였지만 대답은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나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게 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어르면서 뺨때리는 식의 핸더슨 부부의 말투가 솔직히 비위에 거슬렸다. 핸더슨은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잔뜩 기대를 걸고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귀를 기울이다가 내 말을 듣고 로골적으로 실망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이내 얼굴 표정을 고쳐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



“내일 다시 올 테니 편한 마음으로 건강 회복에 신경을 써라.”



핸더슨 부부는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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