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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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서른 두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6-20 18:10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도 사진기 후레쉬가 계속 터졌지만 주사바늘을 꽂은 상태에서도 사진을 찍는 데는 수치심이 있는 데로 솟구쳤다.



“놈들이 죽이려면 빨리 죽이지 왜 내 일거일동을 다 사진으로 찍는가. 이 사람이 바로 비행기를 폭파한 범인이라고 광고 선전질을 하려고 하는가 보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이렇게 붙잡힌 것이 원통하지만 조국을 영구히 분단시키는 너희 괴뢰놈들의 책동을 막는 것이 내 임무다. 88서울 올림픽을 열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준 것이다.”



비록 공작원의 최후 비밀보장 수단인 자살에 실패하여 적국의 포로가 된 몸이지만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친필 지령으로 준 임무를 나는 훌륭히 수행했다.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내가 얼마나 영웅전사인지 너희들은 감히 짐작도 못할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모든 간난신고를 이겨내고야 말겠다. 전사로서의 투지를 너희 놈들 앞에 보여주리라.





나는 주사바늘을 타고 혈관 속으로 주사약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며 정신통일을 위해 한가지 일념에 모았다. 마음에 있으면 꿈에도 있다는 말대로 내 조국과 임무 수행에 대한 자부심만 철저하게 머릿속에 들어 있다면 진실을 말하게 만드는 주사약도 별 효험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눈을 뜨고 주변 정황을 살피고 싶었지만 만약 눈만 뜨면 특무들이 별 질문을 다 던질 것 같아 눈을 뜨지 않았다.



“실내화를 신고 누워 있으면 불편할 테니 이것 벗기겠어요.”



나에게인지 또는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고 여자는 덧버선을 벗긴 다음 담요를 덮어주었다. 아무리 나의 환심을 사려는 수단으로 하는 행동이라지만 그들의 언행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웠다.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으로 보더라도 그들에게서 가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남조선 특무 에미나이에게 이런 잔정이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



나는 남조선 특무에 대해서 제법 많이 알고 있다고 믿어왔다. 공작원 교육 중에 많은 이야기를 들어 온 때문이다. 남조선 특무는 우선 인상부터가 험악하고 복장은 가죽잠바를 입고 검은 색안경을 썼다. ‘이름없는 영웅’ 이라는 조선 영화에서 주인공 유림이 포섭한 다방 여자가 남조선 특무에게 붙들려 고문당하는 장면도 적나라하게 보았다. 주전자를 입에 대고 물을 억지로 먹이고 고춧가루를 퍼 먹이고 부지깽이를 시뻘겋게 달구어 목과 가슴을 지지고 손톱을 뽑고, 그래도 말을 안 하니까 범굴에 처넣어 버리는 것이었다. 차마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악랄하고 지독한 짓을 보고 몸서리를 쳤었다.



또 남조선 특무들은 여자를 고문할 때는 성고문이라는 것을 한다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흉측한 짓을 다 해댄다고 했다. 권인숙이라는 여자가 실제로 성고문을 당했다는 것은 남조선이 시끄러울 정도로 아는 사실이라 한다. 박종철이라는 대학생은 물고문을 받다가 죽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을 다 쓰는 곳이 바로 남조선 특무기관이라고 알고 있었다. 어떤 책에서 보면 남산 지하철에서는 고문하는데 쓰기 위해 뱀도 기르고 사막에서 사는 독충인 전갈도 갖다 놓았다고 실려 있다.



이처럼 악랄한 남조선 특무들은 내가 비행기에 오르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인정사정 보지 않고 발로 차고 때리고 욕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간사하다고 느낄 정도로 부드럽고, 치사하다고 생각될 만큼 간교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남자들의 말투나 세심하게 잔신경 쓰는 자상함이 너무 여성적인 것 같았다.



지금은 내 예상과는 다른지만 서울에 도착하면 태도가 돌변할게 뻔 하다고 생각했다. 주사약이 흘러들어가고 담요를 포근하게 덮어주자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했다. 평양을 출발해 지금까지 깊은 잠을 자본적도 없었고 계속 긴장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내 몸은 사실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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