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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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나날, 두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04-26 17:55

 


수사관들의 말은 하나도 속 시원한 내용은 없고 자기들과 무관함을 납득시키려 들 뿐이었다. 나는 그들조차도 이제는 나로부터 슬며시 멀어져 뒷전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오해까지 하기 시작 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내가 중학교 4학년이 되어 첫 번째 농촌지원을 나간 것은 가을걷이 때이다. 아무리 바쁘게 몰아치는 작업이지만 열흘에 한 번씩 돌아오는 휴무일이 되면 각자 숙소에서 쉬면서 밀린 빨래도 하고 뜯어진 옷을 꿰메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가을 날씨는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이다가도 갑자기 어디서 몰려왔는지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덮고 천둥번개까지 몰고 와 한 소나기를 퍼붓는 날이 많았다. 시골집 마루에 앉아 바느질하다가 비가 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정신 나간 사람모양 아무 생각 없이 논밭 위로 억수같이 뿌려대는 빗방울을 바라볼 때가 많았다. 그런데 논길 사이로 어떤 사람이 볏짚으로 만든 우비를 등에 지고 뛰는 모습이 눈에 띌 때가 있다. 뽀송뽀송한 몸으로 느긋하게 마루에 앉아 그런 광경을 바라볼 때는 이상야릇한 포근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지금 나는 비를 맞으면서 논길을 뛰어가는 신세이고 수사관들은 그런 내 모습을 즐기며 행복감에 젖어 있겠구나 하고 나름대로 생각하며 애를 태우기도 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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