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화 자물쇠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1-25 18:40

 

퇴근해서 집에 와 출입문을 여는데 열쇠가 걸리는 것도 없이 좀 이상했다. 설마, 하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보니 앗! 그대로 문이 열린다. 아침에 열쇠도 잠그지 않고 그냥 출근했던 것이다.

정임 :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 잠그고 나간 것 같은데?!...

황급히 집안 구석구석 점검했다. 티비며 냉장고, 화장대 베란다에 이르기까지 모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아침에 해놓고 나간 그대로였다. 후~ 안도의 숨이 나갔다. 맨날 아침 1,2분이 모자라 들구 뛰다나니, 결국엔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조금만 더 일찍 서두르면 될 일을 꼭 집 나가기 10분 전부터 번개불에 콩볶듯 돌아치니, 참 누가봐도 창피한 일이다.

근데 참, 온 종일 집을 비웠는데도 별 탈이 없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물론 집이 비여있다는 걸 알면 도둑들이 가만있진 않겠지만~ 하기야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니, 집이 비어있어도 문 열어볼 사람도 없다.

간혹 교회사람들이 하나님 전도하러 오긴 하지만 초인종을 눌러 인기척이 없으면 그냥 돌아간다. 택배인 경우에도 초인종을 눌러보고 사람이 없으면 전화로 연락 한다. 몇 번 문 두드려보고는 서슴치않고 문을 벌컥 열어제끼는 북한과는 완전 딴 판이다.

말 나온 김에 또 북한 이야길 해야겠다. 풋 강냉이가 한창이던 어느 초 가을 저녁이었다. 그날은 일찍 저녁 지으려고 집 뒤 텃밭에서 몇 안되는 풋강냉이를 따고 있었다. 그 때 집 출입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부랴부랴 집에 누가 온 줄 알고 나갔더니 바로 옆집 현이네 집에 웬 군인 아저씨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는데, 몇 번 두드리다 말겠지, 하고  돌아 서려다 흠칫 멈춰섰다. 아저씨가 누구랑 대화하는 것 같았다. 숨죽이고 귀를 강구었다.

군인 : 엄마 언제와? 문 열어봐~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그제야 난 집안에 현이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물론 내가 나가서 상황을 끝낼 도 있었지만 6살 현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한지라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군인 : 얘야~ 빨리 문 열어봐~ 아저씨 뭐 줄까? 사탕줄까? 

아저씨의 구애는 계속됐지만 현이는 굴하지 않았다. 아마 엄마가 나가면서 그 누구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단단히 교육준 것 같았다. 당시엔 밖에 걸어놓은 젖은 빨래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판국이었다. 생 눈 뽑힌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으니, 어린 현이도 흉흉한 세상살이에 도를 닦고 있는 중이었다. 

아저씨는 어떻게하나 현이를 꼬여보려고 한 30분 동안이나 문 앞에서 현이를 설득했다. 하지만 끝내 아저씨가 두 손 들고 말았다.

그만에야 포기하고 문밖을 나오다 나와 마주친 군인 아저씨, 초면인데도 날 보자마자 하하하 웃으셨다. 알고 보니 그는 현이아빠한테 건네줄 물건을 가져다 주러 왔던 길이였다. 아저씨는 어쩔수 없이 훗날 다시 와야 겠다며, 오돌찬 현이에 대해 혀를 내두르며 사라졌다.

집안에 사람이 있어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다가 처음 중국에 왔을 때 밖에 널린 빨래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온 밤 잠을 못자던 기억도 난다. 눈만 뜨면 몰려오는 걱정으로 불안하게 살던 그 때 일이 이젠 나에게도 옛말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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