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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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지하 조사실, 스물 세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8-17 17:51


어떻게 내가 쓴 글씨를 금세 크게 만들기도 하고 작게 만들기도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똑같이 만들어 내기도 어려울텐데 요술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나중에 복사기라는 기계로 그렇게 했다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나는 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 사람들 과학이 이 정도로 발달되었다면 북에서 들은 대로 주사만 놓으면 술술 불게 하는 약이 틀림없이 개발되어 있겠구나.’



나는 두려운 나머지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뜨렸다.



‘과연 내게 언제 그 약을 주사할 것인가? 그런 종류의 먹는 약도 있다는데 언제 어떻게 그 약을 먹일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우유나 과일 단물 속에 혹은 음식 속에 그 약을 넣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공포에 질린 채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복사된 글씨를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수사관들은 영문 모르는 채 의아해 했다.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아도 그 복사한 글씨가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나에게는 일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제 이들의 소굴에서 비밀을 다 털어 놓고 죽어갈 시기가 점점 다가온다고 느꼈다. 그것 못지않게 충격적인 일은 밤늦은 시간에 불쑥 던진 수사관의 한마디였다.



“베오그라드에서 네가 만난 그 사람은 누구지? ”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베오그라드 메트로폴리탄 호텔에서 사람을 만난 사실을 이들이 어떻게 알까? 과연 남조선 특무들이 세계 곳곳에 깔려 활동하고 있다더니 그 말이 정말인가?’



김승일과 나는 11월 23일 오후 2시 반 비엔나에서 비행기를 타고 베오그라드로 와서 메트로폴리탄호텔에 투숙했었다. 그곳에서 나는 약속한 대로 11월 27일 저녁 7시에 호텔 정문에 나가 최 과장과 최 지도원을 만나 우리의 방으로 안내했다. 최 과장 일행은 우리에게 비닐 가방을 하나 전달했다. 그 속에는 시한폭탄 라지오와 액체 폭약인 약주병이 들어 있었다. 가장 숨 막히는 만남이었다. 그 당시 우리는 최 과장 일행이 호텔 복무원에게 체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가 미리 정문에 나가 기다렸다가 직접 방으로 안내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남반부 특무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말이다.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이날 밤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밤낮으로 심문에 시달려 눈꺼풀이 뻣뻣할 지경인데도 잠은 오지 않았다. 은밀히 만난 그 결정적인 만남까지도 알고 있는 이들이 두렵기만 했다.



‘내일은 또 어떤 충격적인 일로 나를 당황하게 하려는가? 어떻게 견디어 나가야 하는가?’



곧 닥쳐올 일들이 꿈같기만 했다.



이들이 지금까지는 인간적으로 대해 주면서 웬만한 일은 그냥 참고 지나쳤지만 계속 이런 상태로 수수방관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도 보았지만 수사관들은 계속해서 간부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수사 결과에 대한 독촉 전화임에 틀림없었다. 밖에 나갔다 돌아와서는 그들끼리 회의를 하고 나에게는 질문 폭격을 해댔다. 그들도 바빠지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데 장본인인 나는 모른다거나 기억이 없다며 울고만 있으니 그들 역시 초조해지고 화가 날 것이 아닌가.



‘어지간히 참는데도 한계가 있을 텐데 이 상태로 내가 어거지만 쓴다면 더 이상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한계점에 달했을 때 그들은 나를 어떻게 다룰까?’



나는 남조선 특무의 전인성과 폭력성을 북에서 귀에 익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언제나 그들이 베푸는 친절과 관용 뒤에 숨어있는 비수를 생각해 보았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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