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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화 '송년의 밤'

대한민국 기업가 열전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4-12-08 16:47


탈북민들이 속속 뷔페식당으로 모여들었다. 해마다 이 맘때면 지역 복지관이나 경찰서에서 탈북민들을 위해 조직하는 송년의 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작년 송년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또 송년이라니, 세월도 참, 너무 빠른 것 같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누구 아는 사람은 없는지,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살피면서 말이다. 먼저 도착한 이들도 지나가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는 고개를 돌린다. 그리곤 입구 쪽에 사람이 나타나기만 하면 주시하며 얼굴을 확인하군 한다. 이런 모임 때만 되면 누구라 할 것 없이 하는 똑같은 행동이다. 혹여 북한에서 같은 마을에 살던 사람이거나 학교 때 친구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정말 이런데서 만난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어느새 방안을 가득 채웠다. 어림 짐작해 봐도 한 150명은 잘 될 것 같다. 드디어 행사가 시작되고 쿵짝 쿵짝 음악소리에 맞춰 복지관 직원들이 나와 춤추고 노랠 불렀다. 연이어 탈북 어린이들의 소품공연이랑 수수께끼 푸는 시간도 이어졌고, 모두들 웃고 떠들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야!" 하고 소리쳤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이게 누군가, 중국에서 부터 같이 한국에 온 영화언니 아닌가, 너무나 반가워 서로 붙들고 어쩔 줄 몰랐다. 하나원을 졸업한 이후로 거의 6년 동안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언니도 그새 많이도 변했다. 워낙에 훤칠한 키와 미모를 갖춘 데다 보들보들한 밍크코트까지 걸쳤으니 북한 말로 하면 누가 봐도 부유한 집의 마님이었다. 언니도 나를 보더니 한국 사람 다 됐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렇게 서로 안부를 주고받다가 문득 언니가 애순이 소식 모르냐고 물었다.

애순이라면 중국에서부터 태국을 거쳐 생사고락 같이 하면서 한국에 온 나보다 두 살 위 언니였다. 애순언닌 나하고는 그리 가깝진 않았지만 영화 언니랑은 무척이나 친하게 지낸 각별한 사이였다. 하나원을 졸업하면서 두 언니들은 경상도 쪽 같은 곳으로 집을 받아 갔었다. 그리고 그 이후 난 애순언니와 연락이 끊겼다. 그런데 영화언니 말이 지금은 서로 어디에서 사는지 소식도 모르고 있다고 한다.

잠시 아무 말 없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연 언니는 "그 땐 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이해하고 받아줄걸,"하고 말문을 뗐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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