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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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고백, 여덟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10-11 17:40


수사관의 질문은 계속됐고 나는 임무를 처음 받을 당시를 떠올려 이야기 해 나갔다.



‘결론부터 말하겠소. 이번에 수행해야 할 임무는 남조선 비행기를 제끼는 것이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첫 임무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크나큰 임무를 내려 준 당과 김정일 동지의 신임에 어긋나지 않도록 틀림없이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남조선 비행기를 제끼는 이유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남조선 괴뢰들이 두 개의 조선을 책동하고 있어 이것을 막고 적들에게 큰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오.’ 부장은 또 임무의 중대성에 대해서 장시간 강조했습니다. ‘이번 임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고 어려우며 특히 비밀이 철저하게 담보 되어야 하오.’



김승일과 저를 각각 돌아본 부장이 저에게 한마디 더 덧붙였습니다. ‘옥화 동무는 임무 수행 과정에 일본인 부잣집 딸로 위장해야 하니 일본어 학습을 더 열심히 하시오.’



부장이 지시를 내리는 동안 누구 하나 부스럭 소리도 내지 않고 숨을 죽였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완전한 임무 수행을 위해 준비사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오. 자세한 계획은 최과장이 설명해 줄 것이니 그리 아시오.’



부장이 지시를 마치자 김승일은 우리 두 사람을 대표하여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신임과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준비사업을 철저히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부장은 ‘좋소. 좋소’ 하고 우리를 돌아본 뒤 돌아갔습니다.



나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쉴 것을 요청했다. 입이 마르고 눈이 따가워서 도저히 이야기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곧 점심시간인데 그럼 잠시 쉬었다가 식사 후에 시작하지.”



수사관이 말하고 담배 한 개비를 맛있게 태웠다. 나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정리해 보았다. 내 이야기는 이제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새워도 못다 할 이야기가 태산같이 남아 있었다. 하기사 어떻게 살았든 26년간 살아온 세월을 단 며칠에 정리해서 말한다는 것이 무리일지 몰랐다. 그래도 나는 성심성의껏 살아 온 이야기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내 인생을 정리하는 셈으로 잡았다. 점심을 먹고 나는 다시 사건 직전의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수사관에게 두서없이 내 심정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부장의 ‘남조선 비행기를 제끼라’ 는 놀라운 지령을 받고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슨 비행기를 어떻게 제끼라는 건지 몰라 얼떨떨했다. 남조선에 침투하여 제끼는 것인지 날아가는 비행기를 포로 쏘라는 것인지 서 있는 비행기를 불태우라는 건지 내 머리로는 감히 상상이 되지를 않았다. 부장이 돌아간 뒤 최과장이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지시해 나갔다. 목표는 1987년 11월 29일 바그다드를 출발하는 남조선 대한항공 858기이며 우리의 평양 출발은 11월 12일 아침으로 정해졌다. 지난 1984년도처럼 하찌야 마유미로 위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획을 수립하는 동안 더 엄격하게 비밀보장을 요구했고 대낮에는 문 밖으로 얼굴도 내밀지 못하게 했다. 초대소에 오는 공급 지도원도 얼굴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나는 그때부터 평양을 떠날 때까지는 방안에만 갇혀 지내다가 바이 되어야 마당에 나가서 바람을 쏘였다. 다음 날부터 김 선생과 나는 과장과 지도원의 지도로 공작 계획을 수립해 나갔다. 공작 노정과 행동 요령 등은 모두 과장, 지도원, 김승일이 모여 앉아 토론하면서 결정했고 나는 주로 일본인으로 위장하는 것을 대비해 일본어 학습과 경유할 지역에서의 행동 요령만을 익혔다. 우리의 계획은 여러 번의 수정 끝에 떠나기 얼마 전에야 완성되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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