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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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고백, 세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9-28 16:35


나는 도저히 거기에서 말을 중단할 수가 없어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우리는 11월 12일 동부독일간 직항노선이 개설되어 첫 출항하는 조선 비행기를 타고 평양을 떠났습니다. 평양을 떠나 모스크바, 부다페스트, 비엔나, 베오그라드를 거쳐 바그다드로 갔습니다. 부다페스트까지는 담당 최 과장과 최 지도원이 동행했고 베오그라드에서는 최 과장 일행으로부터 시한폭탄 라지오와 액체폭약인 약주병을 건네받았습니다. 그 폭탄은 바그다드 공항에서 9시간 후에 폭발하도록 조작하여 KAL기에 가지고 올랐습니다. 우리는 KAL 858기에 폭발물을 내버려두고 아부다비에서 내렸습니다. 아부다비공항에서 로마로 가서 비엔나를 통해 북조선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부다비공항에서 공항 복무원이 바레인으로 체크인 해주어서 할 수 없이 바레인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바레인에서 항공기와 시간이 맞지 않아 우물쭈물 하다가 발각이 되었고 결국 평양에서부터 가지고 온 독약 앰플을 씹어 자살하려 했던 것입니다.“



내가 저지른 일이 어떤 일인가를 내 입으로 밝히지 않고는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남은 말을 계속했다.



“저와 김승일이 그 비행기에 탔던 사람들을 죽게 했습니다. 저도 죽고 싶습니다.”



정말 나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나간 사건을 도로 주워 담을 수만 있다면 주워 담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염치없이 울었다.



“오늘은 그만 쉬도록 해. 수고했어.”



수사관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그 역시 허탈한 심정인 모양이었다. 심문하던 수사관이 나가고도 나는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죽은 사람들과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나 자신을 생각하면 울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기가 막혔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들이 살아 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죽는 일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베개를 적시며 울다가 나도 모르는 새 기진맥진 잠이 들었다. 사람들 소리에 얼핏 잠이 깨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여수사관들은 벌써 깨어나 세수를 마친 뒤였다. 새벽녘까지 심문을 받았고 심문 뒤에는 우느라고 잠 못 이룬 것을 안 수사관들은 내가 깨도록 재우려고 한 모양이었다. 내 죄상이 낱낱이 폭로된 이 마당에 와서까지도 세심한 신경을 써주는 이들 앞에 나는 고개가 수그러졌다.



“깼어? 그럼 아침 먹을까?”



밤새 울었던 내 눈은 퉁퉁 부어올라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한 가지 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잠도 못 잤고 밤새 울어 눈도 퉁퉁 부었지만 새로운 하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탓인지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마음이 편해질 테니까 두고 봐’ 하던 수사관의 말이 생각났다. 아침 마다 매일 어김없이 닥쳐오던 불안감이 사라진 것이다. 세상이 달라 보이는 느낌이었다. ‘비밀을 다 캐내고 나면 나를 죽이겠지. 이용할 만큼 이용해 먹고는 헌신짝처럼 내버릴 것이다.’ 그 고민은 바로 어제 아침까지도 계속됐던 불안감과 초조함, 마음속 갈등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어제의 수사관들이 부석부석한 얼굴로 나타났다. 그들도 나 때문에 여간 고생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항상 그들과 나는 적의 관계에게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고민 따위는 걱정할 입장이 아니었다. 고단한 얼굴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통 못 잤다고? 몇 가지 더 답변할 수 있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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