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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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빨간 승용차

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7-16 18:37


서울에는 차가 많다. 너무 많아서 도로가 차들로 자주 막힌다. 10분이면 갈수 있는 거리도 30-40분, 아니 한 시간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음력설이나 추석 때면 지방 내려가는 차들로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는다. 얼마 전에 보도를 들어보니 서울시에 등록된 차량이 400만대 넘는다고 한다. 서울시 인구가 1000만 명이니까 거의 그 절반이 차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방에서 오고가는 차들도 많으니 도로가 항상 차로 붐비는 건 당연하다.



매일 보게 되는 광경이지만 그 많은 차들 중에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빨간 승용차이다. 빨간 승용차는 대체로 소형인데다 녀성스런 형태여서 녀성들이 많이 몰고 다닌다. 내가 모는 차도 빨간색이다. 난생 처음 갖게 된 자가용차라 무척 소중히 다뤄서 그런지 5년 전에 산건데도 아직 새 차나 다름없다. 누구나 그러하지만 나 역시 차를 살 때 무슨 색으로 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자꾸만 빨간 승용차에 마음이 갔다.



생각해보면 빨간 승용차에 대한 나의 관심, 애착이랄까? 그것은 이미 북조선에 있을 때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총련과의 합작영화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1980년대 중반, 영화 “봄날의 눈석이”와 “은비녀”를 보려고 모두가 영화관으로 새까맣게 모여들었다. 서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밀치고 당기며 육박전까지 벌렸다. 천신만고 씨름 끝에 겨우 입장하면 영화관안도 초만원, 게다가 여름이라 사방에서 땀 냄새가 나고 뜨거운 열기까지 더해져 숨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자 그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영화의 배경으로 나온 일본사회의 모습, 그것은 별 세상이었다. 영화는 북남통일을 주제로 북조선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운 거지만 내용과는 별개로 우리는 일본의 발전된 생활수준에 푹 빠져들었다. 일본이 잘 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영화로 보니 과연 실감이 났다.



그 때 “봄날의 눈석이”를 보면서 녀주인공이 빨간 승용차를 모는 장면에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영화가 끝나고 서로 감상 같은 것을 주고받을 때도 그 장면에 대한 얘기가 가장 많았다. 차가 얼마 없고 승용차는 주로 간부들이 타고 다니는 북조선에서 우리가 그 장면을 보고 큰 인상을 받은 것은 당연하였다. 물론 먹고 사는 것이 빠듯한 북조선에서 자가용차는 꿈만 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영화가, 우리 눈에 처음으로 비친 자본주의 사회의 풍요로운 생활이었다면, 녀주인공의 빨간 승용차는 그 상징이었다.



여기 남조선에 와서 알게 됐는데 남조선에선 그 때쯤 자가용차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한다. 80년대 초반만 해도 자가용차는 부자들의 소유물 이였지만 88올림픽을 전후로 생활수준이 크게 높아져 80년대 중반부터 일반 사람들까지 자가용차를 몰수 있게 되었다.



개혁개방으로 경제가 발전한 중국도 2000년대 초반부터 자가용차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직 일반화수준은 아니지만 자가용차 소유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남조선처럼 집집마다 자가용차를 가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북조선도 지금 새 차까지는 아니지만 중고차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북송 교포귀국자들이 그 주역이었지만, 지금은 돈을 많이 번 일반 사람들도 중고차를 구입해 기업소 명의로 타고 다니고 있다. 물론 남조선이나 중국정도 수준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북조선에도 자가용차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어쩌면 그것은 영화 “봄날의 눈석이” 녀주인공이 몰던 빨간 승용차, 그에 대한 동경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북조선정권은 독재권력 때문에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그런 동경심과 그것이 불러일으킨 의욕, 사고방식의 변화로 북조선사회는 점점 변화해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남조선열풍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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