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봄날

  • 방송정보매주 화요일 토요일 | 종영방송
  • 출연장슬기 탈북자들

공식 SNS

10년만의 통화

내 생애 봄날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09-09 18:03

한국에 온지 3년, 가족과 헤어져 산지 이제 10년이 되어간다. 한국출신 남편을 만나 새로운 가족도 생겼고, 남부럽지 않은 직장도 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헤어짐이 영원한 이별이 되어버린 북의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 한 편은 항상 저릿저릿하다.


오매불망 꿈에도 그리던 언니와 10년 만에 전화통화를 했다. 따듯한 언니의 온기를 느끼며 너무도 가슴 아픈 비극 앞에 오열만 했다. 조선반도, 같은 땅에 살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짧은 전화통화마저도 온갖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지경이라니. 지구상 어디에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재회가 또 있을까? 이렇게 영영 이별이 될 줄 알았다면, 10년 전 중국으로 떠날 때 가족들을 꼭 만났어야 했다. 아니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북에서 언니와 난 서로 먼 거리로 시집을 가 자주 만나지를 못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중국으로 떠났고 그 길이 영원한 이별이 되고 말았다. 어린 날 참 많이 예뻐하던 언니였다. 늘 업어주고, 손잡아 주며, 개울가에 데려가 씻겨주고, 봄이면 진달래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주던 사람, 그게 바로 내가 사랑하는 언니였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은 그리운 언니의 목소리마저도 잊게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와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언니인줄 알았다.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꺼억꺼억 소리 내어 울기만 했다.


10년 만에 들은 가족들의 이야기는 나를 더욱 통곡하게 했다. 어머니는 집 떠난 딸의 소식을 몰라 제대로 눈도 못 감고 세상을 떠나셨단다. 가족에게 해가 갈까 두려워 소식을 끊고 지낸 지난 세월이 후회되고 씻을 수 없는 한이 되고 말았다. 내 이럴 줄 왜 진작 몰랐단 말인가.


반가움과 안타까움도 잠시, 더 이상 전화통화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제발 아프지 말고 살아달라고, 힘들어도 꼭 살아서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자고, 기다리겠다고 그렇게 서로 신신당부하며 전화를 끊었다. 오열하며 전화를 끊던 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얼마간은 정신을 놓고 살았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다. 북에 있는 가족들과 만나기위해서라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보다도 더 열심히 힘을 내어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는 언니와의 약속이기도 하니까.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나는 오늘도 내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이름 있는 사람보다는 내 손을 묵묵히 나눠주는 마음 따뜻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 그렇게 살며 통일의 그날 만나게 될 그리운 언니, 내 가족들을 기다리련다.


---------------------------------------------


2만 7천 탈북자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내 생애 봄날”, 오늘은 김봄 씨를 전화로 만났습니다.  


CM1 윤도현밴드-7년의 그리움


 

전체 0

국민통일방송 후원하기

U-friends (Unification-Friends) 가 되어 주세요.

정기후원
일시후원
페이팔후원

후원계좌 : 국민은행 762301-04-185408 예금주 (사)통일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