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사건과 진실

해설 :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가 서거하신 이후 간악한 미제국주의자들과 남조선 괴뢰놈들이 우리나라를 침략할 전쟁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우리는 혁명적 경각심을 더욱 높여...



김일성 측근을 제거하기 위해 ‘일대사상전쟁’을 시작한 김정일은 먼저 당 중앙 선전선동부에 지시하여 보도기관과 각 당 조직을 통해 전쟁분위기를 고취시켜 나갔습니다. 또한 ‘혁명의 수뇌부를 암살하려고 테러분자까지 침투시킨다’는 내용으로 강연회를 비롯한 대대적인 정치공세에 나섬으로써 온 나라 주민에게 혁명적 경각성과 함께 강력한 조직적 통제를 강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사람들 누구나 김일성 사망과 동시에 전국에 내려진 군사동원명령의 련속으로만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실상은 이 기회에 김일성의 측근들을 모조리 없애고 자기의 권력기반을 다지려는 김정일의 권력쟁탈 싸움이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처음 터져 나온 것이 바로 서관히 간첩사건이였습니다.



배급제가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서 쓰러질 때 사람들은 물론 온 나라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큰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그것은 여느 일반 사람도 아니고 김일성의 밑에서 오랫동안 당 농업담당 비서로 일해 온 서관히가 남조선의 안기부 간첩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였습니다. 이 소문은 인민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남1 : 이봐 영남이, 거 서관히 사건 이야기 들었어.



남2 : 들었지. 그놈 죽일 놈이더구만. 농사를 말아먹기 위해 토양에 맞지 않은 종자와 농약을 사용했다면서.



남1 : 과일나무 가지를 자르지 않아도 되는데도 자르게 해 과일이 열리지 않게 했다고도 하던데.



남2 : 자네도 그 소리 들었구만. 하여튼 우리 직장에서도 서관히 그놈 때문에 우리가 이 렇게 굶어 죽는다고 말들이 많더라구.



남1 : 그런데 영남이 서관히가 30년동안 암약한 미제의 고정간첩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일까?



남1 : 자네니까 하는 소리인데 사실 나는 믿기지가 않네. 중앙당 비서가 미제 간첩이고 그 간첩이 공화국의 식량 문제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면 우리 체제는 다 끝장났다고 봐야지. 그런데 사람들 굶어 죽는 건 외에는 그런 조짐이 없지 않아.



사실 서관히 간첩단 사건이 터지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서관히는 비료 30t을 친인척들에게 장사 목적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사회안전성 산하 보통강구역 안전부에 수감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인구 17만의 김책시에서만도 하루에 200여 명의 로동자가 굶어죽어 나가던 심각한 식량난이 있던 때로, 김정일은 자기 대신 누군가가 식량난의 책임을 지지 않으면 민심이 당장 폭발할 것 같은 악몽속에서 헤매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인민들의 불만을 돌릴 방법을 찾기 위해 당시 당 조직부 행정담당 제1부부장을 지내고 있던 김정일의 매부 장성택이 극비밀리에 사회안전성을 시켜 간부들의 뒷조사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서관히의 비료류출 자료를 손에 쥐게 되였던 것입니다. 장성택은 서관히를 경제범으로 보통강 안전부에 잡아넣고 예심을 진행하였습니다. 물론 이는 김정일의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였습니다. 한편 서관히에 대한 예심이 진행되고 있는 기간에 장성택이 자료를 가지고 김정일에게 보고하러 간 일이 있었습니다.



장성택 : 장군님, 서관히에 대한 조사 자료입니다.



김정일 : 매부, 비료사건만으로 너무 약하지 않나?



장성택 : 무슨 말씀인지....



김정일 : 정치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배짱이 없어!



김정일의 질책을 받은 장성택은 그 길로 사회안전성으로 내려갔습니다. 장성택은 당 조직부 사회안전성 담당 책임지도원 리철, 그리고 사회안전성 정치국장 채문덕을 불러 서관히 문제와 관련해 김정일이 자신에게 어떤 신임과 특권을 주었는지 면담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이번 기회에 사회안전성이 큰일을 터트려보라”고 격려했습니다. 이렇게 김정일의 말 한마디로 하여 서관히는 비료류출 경제범에서 안기부 간첩으로 전락되였습니다. 일순간에 정치범이 된 서관히는 그로부터 한 달 후 사회안전성의 자체 예심기록문건이 완료됨과 동시에 입에 자갈이 물린 채 평양의 통일거리의 인민재판장에 끌려 나왔습니다.



이 사건의 실감을 더해주기 위해 부차적으로 간첩망 망책에 서관히의 첩자로 고용된 적이 있다는 평안남도 숙천군의 한 녀자 관리위원장도 같이 사형장으로 끌려나왔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녀성은 서관히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단순한 경제범에 불과했습니다. 그 녀성은 재판이 시작되기 하루 전 사회안전성에서 나온 수사국 예심원에게서 다음과 같이 회유를 당했습니다.

예심원 서관히가 자기 죄를 전부 부정하는데 그 자는 악질이여서 재판장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니 당신은 우리가 써준 이 원고대로 그와의 련계성을 주장하며 간첩활 동을 시인하라. 그러면 당신은 내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음날 그 녀성은 입에 자갈이 물린 채 순간순간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서관히 앞에서 수사국 예심원이 써 준 원고대로 일장 연설하듯 읽어내려 갔습니다.



추적, 사건과 진실 <사회안전성 심화조에 의한 대학살 사건>, 두 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참고 및 인용 자료:‘親김일성 세력 제거작업 ‘심화조 사건’의 진상’(신동아. 2005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