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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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번 째 이야기-김장

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1-28 18:41

 

분희언니

언니 편지받고 북한에서도 출산장려를 하는지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언니 말 듣고 보니 형제가 있다는 게 좋긴해요. 지금은 힘들어도.

지난 주말에는 시댁에 김장을 하러 갔다 왔어요. 매년 시댁에서 몇 통씩 종류별로 김치를 담아서 보내주시는데 얻어먹기만 하는 게 죄송해서 올해는 직접 내려갔어요.

북한도 김장을 하죠? 여기선 11월말이면 김장을 하는 거 같아요. 이번에 많이 해와서 언니네 집에도 좀 나눠주면 좋으련만....가다가 시어버릴 것 같아서 보내지도 못했네요.

금요일 회사 조퇴를 하고 시댁에 갔더니 어휴 집은 벌써 온통 소금에 절여놓은 김치거리로 그득그득 쌓여있었어요. 손 크신 저희 어머니 갓, 배추, 무, 꼬들빼기까지 종류별로 많이도 준비하셨더라구요. 다행히 손질은 다 해놓은 상태라 저는 어머니 지시따라 김치 속 넣고, 심부름하고 그러긴 했는데 김장은 정말 보통 일 아니에요.

저희 시댁은 바닷가라서 굴, 청각, 생새우를 김치 속으로 써요. 결혼초엔 굴을 너무 많이 넣으셔서 약간 비리다고 생각했는데 먹다보니 시원하고 맛있어요. 요새는 시댁에서 굴 넣은 김치 안주시나하고 목빠지게 기다리곤 한다니까요.

근데 어머니가 연세가 되시니까 음식이 점점 짜져요. 올해는 더 걱정이에요. 배추속이 배추만큼이나 많이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어머니 안볼 때 살짝살짝 속을 조금씩만 넣었는데도 짜더라구요.

그날 김장의 마지막은 저희 어머니 전매특허 돌산갓김치. 여수 갓이 엄청 유명하거든요. 생새우를 갈아넣고 양념을 하는데 어디 가서도 어머니 갓김치보다 맛있는 건 못먹어봤어요.

다 만든 김치는 마지막으로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아서 끝~! 저 어릴땐 김치를 땅에 뭍어 놓은 독에 넣었는데 지금은 당연히 김치냉장고죠. 요새는 시골에서도 항아리에 김치 안담아요.   집에서 갖고 간 김치냉장고 통에 담아서 차에 실어두는 걸로 그날 김장이 끝났어요.

저녁엔 새로 담근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을 해서 먹는데 정말 이게 바로 노동한 뒤의 꿀맛이라는 거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힘은 들었지만 간만에 효도한번 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주말보냈네요. 꽉찬 김치냉장고를 생각하니 든든하기도 하고요.

애들은 뭐했냐고요? 손에 온통 고춧가루를 뭍혀 가면서 자기들도 해본다고 참견하더니, 나중엔 텔레비전만 주구장창 봤어요. 첨엔 할머니댁 간다고 신나하더니 자기들끼리 하루종일 심심했던지 집에 가는 차안에서 입이 이만큼 나왔죠.  

에고고. 지금도 허리가 뻐근하네요.  언니 오늘은 이만쓸께요.
잘 지내요.
지우가.


지우에게
지우야. 김장을 하였다구? 군침이 돈다. 배추꼬개기에 양념을 발라서 쭉쭉 찢어먹고 싶다. 그러고 보니 김장철이네. 11월 깜빡했어.

북한에서도 이맘때면 장마당 들어가는 길목에 배추 그루마, 무 달구지, 고추, 마늘장사들이 줄지어 서있어. 김장이 반식량이라 배추 살 돈 없는 집에서는 며칠동안 농장밭에서 이삭을 주어 김치를 담구고서야 마음을 놓아.

우리 집 김장하는 날은 항상 11월 중순인데, 난 세 식구 먹을 김장배추와 무를 200키로 사군 하였어. 장마당 배추를 사서 소금에 절이는 것까지는 혼자 할 수 있지만 씻고, 양념 바르고 독에 넣을 때가 힘들어. 김치하는 날은 언니와 동생이 와서 해주는데 새벽부터 난 펌프수도에서 물을 퍼서 길어오고, 언니는 초벌 씻구, 동생은 맑은 물에 세벌정도 씻어 커다란 상우에다 차곡차곡 물이 빠지도록 배추를 올려쌓아.
한국배추는 왜 그러는지 흙이 없더라. 북한배추는 흙투성이여서 몇번 씻어야 되. 배추를 절였던 소금물은 버리지 않고 버치에 담아놓으면 소금없는 집에서 가져가군 하였어.

그 다음 창고움에 있는 김치독을 엎드려 몇번 씻고 유황소독까지 하고 나면 점심 먹을 시간이 되. 김장하는 날은 특식을 먹어야 되거든... 어떤 해는 비지밥을 해먹지만, 내가 떠났던 마지막 해는 인조고기를 사서 양념에 쌈싸 먹었어. 흙 묻은 바지 채로 집안에 들어와 밥상에 배추포기와 인조고기를 놓고 형제끼리 허튼소리하면서 밥을 먹어 댈 때 그야말로 평화로운 세상이다.
남편은 지도일군처럼 척 들어와서는 양념 맛을 봐주면 끝이야.

양념은 하루 전에 해놓는데 고추가루를 끓는 물에 개고 거기에 절구에 찐 마늘을 넣고, 들깨, 생강, 사카린, 멸치 젖을 넣고 범무려. 기름을 좀 많이 넣으면 배추가 만문해지기 때문에 고추가루 두 키로에 500그람정도는 넣어. 경제력이 좀 있는 집에서는 도루메기와 명태를 넣든가, 혹은 돼지고기와 낙지를 넣는데 난 그렇게 해본 적은 없어.

오후부터는 배추에 양념을 바르기 시작하였어. 통배추에 양념 비빌때는 양념절약할려구 무를 채쳐서 양념에 넣었어. 통김치하는건 빠른데 써래기김치를 하고 나면 저녘이 된다.  동생은 부지런히 썰고 언니는 양념을 범부리고, 난 김치독에 넣는 일을 하고, 어휴~~허리가 꺽어지는 줄 알았다. 김치독이 가득 차면 비닐방막으로 독아구리를 꼭 덮고, 장마당에서 산 벼짚뚜껑을 덮어…

그 다음은 며칠 후부터 먹을 깍두기를 단지마다 넣고 빨리 익으라고 부뚜막에 놓구… 마지막으로 인민반장이랑 가까운 친지들한데 배추꼬개기에 양념발라서 먹어보라고 가져다 주고 나면 밤이 된다.
양념을 범부린 언니는 김장이 끝나고 나면 손이 맵다 못해 아리다고 뜨거운 물에 손을 푹 담그고 있어. 우리집에 고무장갑이 없었거든.
우리집 창고에서 꺼내던 그 김치 먹고싶다. 동네사람들끼리 겨울날 김치추렴 좋았는데…
 오늘은 이만할께.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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