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남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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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부 모스끄바 대사 권희경

리일남 수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내가 어쩌다 대사관에 나가면 1등 서기관들이 90도로 인사했다. 외교관들은 내가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가까운 인척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대사나 령사부장에게 얘기해서 려권을 몰래 발급받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대사나 당비서는 내가 김정일의 처조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번은 대사가 실수해서 내게 크게 혼난 일도 있다.



이름을 잊었는데 오지리에서 ‘인터콘택’이라는 사무실을 차려 놓고 활동하던, 평양외국어대학에서 에스빠냐어를 전공한 김 선생이라는 공작원을 대사관저에서 만난 일이 있다. 그 공작원은 련락부 리정룡 1부부장이 소개시켜줬는데, 오지리의 리상준 련락부 대표와 같이 만나는 바람에 알게 됐다. 해외에 나가서 활동하는 공작원들은 자녀를 대동하지 못한다. 부부만 나가서 활동하는데, 자녀들은 남포혁명학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김 선생이라는 공작원은 무기장사를 해서 돈도 많이 벌었다고 했다. 그는 이란, 인도, 아랍의 게릴라 등에게 조선제 무기를 몰래 파는 걸 전담했는데, 리익을 많이 내 김정일의 칭찬과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소개받은 사람이라 괜찮다는 서양 음식점에 데리고 가서 식사대접도 하고, 아르한겔스크라고 모스끄바 교외의 경치 좋은 곳에 데리고 나가 산보를 시켜주는 등 나름대로 그 부부에게 대접을 잘 해줬다. 그 공작원 선생은 나에게 딸라도 조금 상납했는데, 1만 딸라씩 두 번 받은 것 같다. 그 바람에 나도 더욱 그 사람들에게 접대를 잘 했다. 호텔 무도장에 데리고 가기도 했다. 모스끄바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한 것이다.

김 선생이라는 공작원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 하는 것은, 쏘련 대사를 혼낸 일이 이 사람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80년으로 기억하는데, 권희경 대사가 식사에 초대해 ‘김선생 부부’와 같이 대사관저에 간 일이 있다. 저녁도 먹고 술도 마셨는데 권 대사가 술에 취해 하지 말해야 할 소리를 했다.



권희경 : 자자 김 동무, 한 잔 더 하라구.



김선생 : 아이구 대사 동지 너무 많이 마셨습니다.



권희경 : 주량이 도량이란 소릴 못 들었어. 자 자 쭉 내라우. 그런데 동무 마누라가 참 이쁘게 생겼구만. 지도자 동지 생일연회 때 데리고 나가면 아주 만족해하시겠어.



김선생 : 무슨 말씀이신지....



권희경 : 동무 말이야, 동무는 마누라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앞에서 홀딱 벗길 수 있나?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에게 마누라를 바칠 수 있냔 말이야!



리일남 : 권희경 대사, 그만 하십시오. 지도자 동지가 다른 사람 부인을 넘본다는 얘기입니까, 뭡니까?



큰일 날 소리였다. 김정일의 위상을 해치는 얘기를 한다는 것은, 더구나 김정일의 처조카 앞에서는 아무리 술에 취해도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아마도 권희경은 공작원의 부인이 상당한 미인이라서 그런 소리를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공작원 부부는 대사가 그런 얘기를 하니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나는 말을 그치도록 말렸지만 귄희경은 계속 실수를 했다.



리일남 : 대사 동지, 너무 많이 취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들어가십시오.



권희경 : 일남 동지, 저 하나도 안 취했습니다. 저는 지도자 동지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은 충성심에서 이러는 겁니다. 김동무, 내가 먼저 검사를 해보고 지도자 동지에게 말씀을 드리겠으니 당신 마누라 반쯔를 벗길 수 있겠어. 지도자 동지께는 생명도 바칠 수 있어야 진짜 충신이야.



리일남 : 야 이 새끼야 정신 못 차려. 김 선생, 정말 죄송합니다. 대사가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만 숙소로 돌아갑시다.



대사관저에서 나와 공작원 부부를 숙소에 데려다 주었다. 다음날 권희경을 불러 크게 혼을 냈다.



일남 : 야, 이 새끼야, 술을 똥구멍으로 처먹은 거야, 뭐야!



권희경 : 일남 동지, 정말 생각이 하나도 안 납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정말 죽을죄를 졌습니다.



리일남 : 야, 이 새끼야, 아무리 취했다고 해도 그렇게 실수를 할 수 있어. 당장 지도자 동지께 그대로 보고 하갔어.



권희경 : 일남동지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죽을죄를 졌습니다.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기억이 있든 없든, 내가 권 대사가 그런 말을 했다고 보고하면 끝장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권 대사는 그 후 내게 코가 꿰어 나를 나라님 대하듯 했다. “려권 하나 만들어와”하면 군말 없이 만들어 바쳤다.



외교관 신분증이 있으면 움직이기가 편했다. 호텔 출입할 때도 아주 편리하다. 경찰에게 걸려도 외교관 신분증이 있으면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외교관 신분증은 쏘련 외무성에서 발급해 주는데, 외교관 자녀들에게까지만 나온다. 당시 내 신분은 류학생도 아니고, 대사관 직원도 아니고, 외교관 자녀도 아니어서 어중간했는데 외교관 신분증을 잘 써 먹었다.



권 대사에게 얘기했더니 3일 만에 만들어 가지고 왔다. 그리고 자동차 운전면허도 시험을 보지 않고 땄다. 최준덕이 대사에게 얘기해서 얻었는데, 경찰에 인삼주를 두 병인가 세 병 갖다 주고 만들었다고 한다.



모스끄바 중심지, 지금의 로씨야 국회 건너편 무역센터 옆에 인터콘티넨탈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 안에 있는 술집에 자주 놀러갔다. 그곳은 외국인만 들어갈 수 있는 호텔이었다. 고급 창녀들이 경찰을 매수해서 호텔에 들어오는데, 우리 같은 사람을 유혹하는 것이었다. 괜찮게 보이는 녀자들도 많았는데, 내국인 출입금지 호텔에 들어오는 녀자들은 거의 쏘련 국가안전위원회의 요원들로 알려져 있어 접근이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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