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남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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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부 사랑마저 통제하는 김정일, 두번째

리일남 수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나는 호위사령부 권성린 정치국장에게 리동섭의 일을 사실대로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리동섭의 녀자를 33호 관저, 즉 주석궁 간호원에서 빼내, 제대시키자고 했다.



권성린 : 일남동지, 그러면 제가 좀 알아보고 다시 련락을 드리겠습니다.



리일남 : 권 국장, 그래 어떻게 됐습니까?



권성린 : 그 녀자동무 제대시킬 나이가 됐드만요. 일남동지 말대로 제대시키고 다른 직장으로 배치해 보겠습니다.



리일남 : 그런데, 권 국장....



권성린 : 뭡니까 일남동지, 말씀 하십시오.



리일남 : 기왕 하는 김에 그 녀자가 김성애 간호원으로 근무했던 기록을 없애주세요. 그래야 완벽할 것 아닙니까?



권성린 : 그건 좀.... 일남 동지, 중요한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리일남 : 기왕 살려주려면 확실하게 합시다. 성애 사모님 간호원 경력이 나오면, 지도자 동지께서 당장 거부하실 것 아닙니까? 그렇게 하면 두 사람을 죽이는 결과가 됩니다.



그 뒤 나는 리동섭의 녀자를 불러서 면담했다. 그 녀자동무의 이름은 김분희였는데 참 착하고 참하게 생겼다. 나는 동섭 동무의 일을 모른척 하고 물었다.



리일남 : 분희동무, 동무 말이야. 성애 사모님 모셨다던데, 맞지?



김분희 : 네, 그렇습니다.



리일남 : 동무가 만나던 동섭 동무는 우리 2호위부 소속 아닌가. 동섭 동무가 지도자 동지를 모시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김분희 : 예, 알고 있습니다.



리일남 : 그럼 두 사람이 절대 결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겠군?



김분희 : 예. 알고 있습니다.



리일남 : 분희동무! 이건 아무래도 불가능한 일이요. 분희 동무는 동섭 동무를 포기할 자신이 있소?



김분희 : 저는 당의 명령에 따라 안 된다고 하면 평생 독신으로 살겠습니다. 한 사람에게 줬던 마음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겠습니까?



리일남 : 분희동무, 기다리면 좋은 일이 있을 거요. 마음 굳게 먹으시오.



조선 사회에서 당의 명령을 거부하는 듯한 내용의 말은 하기 어렵다. 더욱이 김정일의 친척인 나 같은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대답한다는 것은 목숨까지 걸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얘기다. 나는 다시 한번 큰 감동을 받았다. 그 녀자를 보내고 바로 권성린에게 달려갔다.



리일남 : 권 국장, 김분희 문제 어떻게 됐습니까?



권성린 : 일남 동지가 장가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급하십니까. 자, 인사기록카드가 다 고쳐졌습니다. 가지고 가셔도 됩니다.



리일남 : 권국장, 고맙습니다. 내가 이 신세는 꼭 갚겠습니다.



호위사령부 간부과에서 떼어온 서류의 경력사항에 김성애 간호원 경력이 빠지고, 다른 곳에서 근무한 걸로 되어 있었다. 나는 녀자의 서류를 들고 관저로 돌아와 관저책임자 로종일 부부장을 불렀다. 나는 이 두 사람이 이런 사이니 결혼시키자면서, 김분희의 서류를 건네주며 빨리 지도자동지께 비준서류를 올리라고 하였다. 비준서류가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는 혜림 이모를 졸랐다.



리일남 : 이모! 동섭이 보셨지요? 이제 나이가 서른이 다 됐는데, 장가를 못 가 고민이 많은가 봐요. 이번에 지도자 동지께 비준서 올렸는데, 이모가 빨리 승낙 좀 받아주세요.



이모는 김정일이 집에 들어온 날 동섭이 얘기를 했고, 김정일도 선선히 허락했다고 한다. 이때가 1981년 12월이다. 이렇게 해서 동섭이는 장가를 갈 수 있게 됐다.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볼 일이 있어 관저를 나가고 있는데, 멀리 정문에 동섭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정문에는 항상 권총을 찬 군관 한 명과 아카보총을 맨 병사가 량쪽으로 서 있다. 누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면 군관이 원격조종기로 방탄문을 열어준다. 동섭이는 부초소장이니 그렇게 서 있을 필요가 없는데도, 모자에 눈이 수북할 정도로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인사하려고 새벽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동섭이는 멀리 내 차가 보이자 거수경례를 부쳤다.



리일남 : 부초소장 눈이 이렇게 내리는데, 왜 그렇게 서 있어.



리동섭 : 일남동지. 이 은혜를 어떻게 갚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리일남 : 됐어. 됐어. 나 나갔다 올께.



리동섭 : 일남 동지, 정말 고맙습니다. 일남동지의 은혜를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내 차가 앞을 지나고 나서도 동섭이는 차의 진행방향으로 몸을 틀면서 계속 경례를 했다. 가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동섭이는 12월에 바로 결혼시켰다.



해설 : 리동섭의 결혼은 김정일의 처조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리일남은 김정일을 수행하면서 밀착 경호하는 2호위부 소속 경호군관 김형수 중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김형수는 모란봉예술단 무용배우와 결혼을 하려고 했지만 녀자의 아버지가 남조선 출신이여서 김정일이 비준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헤어지자는 김형수의 요구에 녀자는 김형수의 권총 혁띠에서 권총을 뽑아 자살했다. 이 사건으로 김형수는 지방으로 쫓겨 갔고 죽을 때까지 고생했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까지 억누르고 있는 김정일 독재가 이 같은 비극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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