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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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노란 버스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11-05 18:33


어느 덧 뻐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용로동부 청사에 들어가 필요한 서류를 떼기 위해 우선 해당 코너에 가서 번호표부터 뽑았다. 첫 출근시간이라 내가 뽑은 순번대기 번호는 3번이였다. 표를 뽑으며 생각해보니 ‘나도 인젠 남조선 사람이 다 됐구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여유롭고 편해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항상 이런데 와서는 힘겨루기를 해야 했던 습관 때문에 마음만 급했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남조선에 와서 번호표도 뽑지 않고 일을 보는 사람 뒤에 서서 기다리며 부잡스레 굴던 일은 이젠 옛말로나 해야겠다.



앞 사람이 두 명밖에 없으니 나도 금방 일을 보았다. 회사로 가기 위해 이번에도 뻐스를 타야 한다. 유난히도 북적이는 사람들 속을 혜가르며 뻐스정류장에 달려가니 내가 타야할 66번 뻐스는 아직 1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저만치 앞에서 달려오는 뻐스 번호가 분명 66번이라고 씌여져 있었다. 1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던 뻐스가 지금 바로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예전에 탔던 뻐스는 풀색이였던 것 같은데 저 뻐스는 노란색갈이였다. 어쨌든 노랗든 파랗든 번호가 맞는데 별일이야 없겠지~



나는 팔을 뻗어 뻐스를 세운다음 냉큼 올라탔다. 그리곤 또 mp3 이어폰을 귀에 걸었다. 이번엔 신나는 노래를 틀었다.



효과; 머리 어깨 무릅 발끝까지 160... (리수근의 160)



노래를 직접 부르는 희극가수의 모습을 상상하노라니 정말 웃겼다. 키가 160센치밖에 안돼, 남자의 열등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텐데, 그런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희극으로 부각시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인생 반전이 있는 사람,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 노래에 심취해 있는데 뻐스가 갑자기 좌회전을 하며 낯선 길목으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 회사로 가려면 분명 직진인데 왕청같은 길에 들어 선게 틀림없었다.



부랴부랴 운전석으로 다가가서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이 뻐스는 해당구내안에서만 도는 순환뻐스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내려서는 다른 행선지 뻐스가 없다면서 아예 그냥 타고 제자리에 가서 내리는게 낫다고 하는게 아닌가,



정임; 아이참, 바빠죽겠는데, 이건 또 뭔 일이람~



꼼짝못하고 뻐스안에 갇혀 한 시간만에 제자리로 돌아와 내리고 말았다. 출근시간이라 속상하고 안타까웠지만 날아갈 수도 없고... 우선 회사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늦었다고 추궁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하하하 웃으셨다.



사장님의 웃음소리에 나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여기 온지 거의 2년이 가까워오는데도 아직도 뻐스탈 줄도 모르니, 정말 맹랑하기 그지 없다. 번호표나 뽑는데 익숙 됐다고 남조선 사람이 다 되는게 아니였다. 이제라도 잘 배워 알아둬야 겠다. 후 날 어머님을 만나 아는체 하며 가르쳐 드렸다간 큰 일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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