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지원약품이 인민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그 날

북한개혁 어떻게 할까요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8-01-30 17:56


북한개혁 어떻게 할까요 - 8회

북한 함경북도 청진 구역병원에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동의사로 근무하다 그만두고, 이후 개인의료 장사를 하셨던 김연아씨 모시고 이야기 나눕니다. 김연아씨 안녕하세요? 저도 고향이 청진입니다. 고향사람 만나게 돼 참 반갑습니다. 

1. 북에 계실 때 의사로 일하셨다고. 한국에 오니 의사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습니까? 한국에서 의사라면 상위층, 경제적으로 안정된 것으로 인식하는데 북한에서는 어떤가요?

저도 북한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생각하고 공부할 때는 긍지도 높았고 자부심도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의사 돼 병원에서 근무해보니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처절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와서도 북에서 남았던 아픈 상처 때문에 ‘여기 의사들 불쌍하다. 기업소에서 일을 하지 하필이면 왜 의사를 할까’ 싶을 만큼 값없이 생각했는데 여기는 아니더라고요. 의사하면 굉장히 선망의 대상이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더라고요. 북한에 있을 당시 고난의 행군 전에라면 모르겠으나 그 이후로는 의사나 교사, 일반적으로 ‘사’자가 들어가는 이런 직업군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힘들어졌죠. 특히 의사들은 불쌍하고 처참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또 그에 매달리는 환자들 역시 비참한 상황을 이루 말할 수 없죠.  

2. 북한에 있을 때 구역병원에서 의사로 일하셨다고 했는데 그 병원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구역병원이라하면 함경북도 도인민병원, 시병원, 그 다음이 구역병원입니다. 도⋅시 병원은 그나마 시설이라도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구역병원은 대체로 의사들의 수준도 그렇고 모든 설비가 아주 열악하고 의약품 조차 없어요. 특히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외지에 있는 구역병원들은 더 말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고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했다 하면 침대가 모자르거나 없는데가 많아요. 내과에 10개, 외과에 15개, 산부인과에 5개, 이 정도로 아주 협소한 구역병원들이 대다수에요. 제가 말하는건 구역병원이 다 그렇다기보다 시내에서 벗어난 외지에 있는 병원을 말하는 겁니다. 

_ 구역병원에서 계실 때 전공분야가 뭐였는지? 

동의과를 했어요. 동의학이라고 했다가 고려의학으로 바뀌었죠. 

3. 2003년부터 2008년도까지 의사로 근무를 하셨다고 했는데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하신건가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하진 않았고요. 한 5년간 병원에서 근무를 하는 동안, 한마디로 말하면 환자의 병을 고쳐주는게 기본 목적이 되는게 아니라 내 밥줄 떨어지지 않게, 먹고 사는게 목적이었어요. 거기 의사들이 다 같은 심정이에요. 먹고살 방편을 만들기 위해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은) 본인 이름을 알리는 거죠, 내가 이만한 의술이 있는 의사라는 걸요.  그렇게 자기 이름을 알려놓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 의료행위를 한다든지, 아예 의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의사 행세를 한다든지, 아니면 장마당에 나가서 의사 행세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_ 그럼 2008년도에 의사 일을 그만두신 이유가?

먹고 살기 위해서였죠. (병원에서 의사로 있으면서는) 먹고 살기가 바쁘니 5년간 내 얼굴을 알렸습니다. 5년이면 구역 내에 내 이름 알리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어느 의사다’ 하면 ‘아 그 사람’ 이 정도로 기억할 수 있게 해두고 그만두고 나오는 거죠.

4. 북한에서 배치받은 근무지에서 그만두고 싶다고 그냥 나올 수 있습니까?

아니에요. 식량 미공급 시기 전인 90년대 전까지만 해도 의사나 교사가 많았어요. 배치받고 안하겠다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런데 미공급 시기에 들어서면서 사람들 형편이 점점 어려워졌죠. 장사하는 사람들은 돈이 많았지만 직장에 근무하는, 특히 북한은 무상치료, 무료교육 같은 사회주의 정책 때문에 의사나 교원이 가장 바빴죠.(힘들었죠) 그렇다고 해도 의사들이 홀연 나갈 수 없어요, (안그래도) 계속 나가기 때문에요. 나가려면 돈이라든가 입김이 필요해요. 저같은 경우에도 뇌물이 필요했어요. 병원 원장은 ‘정 할 수 없다, 나가라’ 해도 보건복지부에서 허락을 안해 줘요, 구역당에서 먼저 막죠. 그래서 보건복지부장에게 뇌물을 주면 그 사람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뇌물을 받죠. 그럼 그 선생 내보내라는 식의 승인을 해줘요. 이렇게 사직을 승인해 주지 않으면 (나갈 수 없어요.)

_ 북에서 의사를 보면 대체로 여성인데, 이들이 다 빠져나가면 당에서는 어떤 대책이 없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다 빠져나가지는 못합니다. 세대주가 있거나 돈이 있는 사람은 빠져나갈 수 있지만 세대주가 없는 여성이 많죠. 말하자면 여성이 세대주인 경우는 못빠져요. 세대주라 하면 북한에서는 당에 충실해야 하고 무조건 일을 해야하거든요. 따라서 세대주가 아닌 비세대주, 가정주부 경우에나 빠져나올 수 있죠. 다 빠지지는 못하고 일부 여성만 빠지는거죠.

5. 사직하고 나와서 개인적으로 의료기술 장사, 그러니까 개인병원을 하신건데 어떻게?

개인병원이라고 할 수는 없죠. 북에서는 개인병원이 없고 다 국가병원이니까요. 그렇지만 한국으로 생각하면 개인병원이라 할 수 있어요, 간판을 내걸지 않을 뿐. 검찰소나 안전부에서 검열이 오면 의사 자격증은 내보여야해요. 그것까지 없으면 구류되거든요. 의사자격이 있는 조건에서 장마당에 앉아 약장사를 한다든가 집에서 환자를 치료한다든가 하는 거죠. 

_ 개인적으로 약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고요? 개인이 만들 수 없는 약은 어떻게 구해서 팔죠?

페니실린이나 일반 신약의 경우 대체로 중국에서 밀수로 들어와요. 그 외에 모르핀이나 아편 등은 국가에서 생각하는데 청진에 나남제약공장이라고 있습니다. 그 제약공장에서 모르핀도 생산해 8호제품으로 당중앙위원회로 올립니다. 이 모르핀 주사도 전쟁물자에 속해요.

그러는 중에 뒷문으로 해서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돈을 주고 파는거죠.(그게 일반 인민들에게 흘러가는) 의사들도 마찬가지에요. 저처럼 집에 앉아 환자를 개별적으로 치료하는 사람이나 장마당에서 약품장사하는 사람들은 (중국) 밀수로 약을 받거나, 제약공장에서 (뒷문으로) 나오는 약을 받는다든가 해요. 아스피린 같은건 집에 앉아 밀가루로 약을 만드는 사람도 많아요. 

4. 북한 의사들 의료수준은 어떤가요?

의사들의 실력은 그 전에는 높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점점 갈수록 실력 높이기 보다는 먹고 살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실력을 안봐요. (의료)수준은 실제로는 어떤 면에서 높다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선 모든게 자동화이고 기계를 이용하지만 북에는 그런게 없으니까요. CT만 해도 북한 전역에 9대 밖에 없다고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에서는 촉진(觸診)이나 타진(打診), 문진(問診)을 한다든가 진맥으로 짚어서 하는데 수준은 그만하면 괜찮다고 봐요. 

5. 정기적으로 받는 교육이나 의사로서의 능력을 유지할 수단같은게 있나요?

일년에 한번씩 자질 향상을 위해 공부를 하고 그에 대한 시험을 봅니다. 거기서 시험점수가 낮거나 탈락하면 급수가 오르지 못하거나 처벌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가면서 그나마도 무시되고 (잘 이뤄지지 않아요.) 

6. 지난 2013년도에 탈북하셨는데 2008년에 국가의사를 그만뒀을 때와 탈북하실 당시에 상황이 나아진게 있었는지? 

좋게 바뀐게 있다면 저도 기쁘겠어요. 점점 더 열악한 상황이 됐죠. 우선 병원에 기구들 조차 줄었어요. 치과의 경우 의료시설이 너무 마비되다 보니 마취제도 제대로 없고 마취도 아주 적게 해서 생이빨을 펜치로 뽑는 식이니 사람들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죠. 출혈도 멈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7. 어떻게 하면 의사들이 개인돈벌이 안하고 자기 본업에 충실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민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봅니다. 우선 먹을것만 해결되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 사람들은 이제 너무 굶다보니 한달에 일주일치, 열흘치만 쌀을 줘도 한달간 충성할 수 있다고 할 정도에요. 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 같은 국가 명절 때 일주일치 배급을 주면 감격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 적은 쌀만으로도요. 말로만 무상치료, 무료교육하지 말고 실제 인민들의 생활에 와닿는 무상치료, 무료교육이 됐으면 좋겠어요. 당국이 인민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배급을 조금이라도 복구하면 좋을텐데.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북한을 많이 돕고 있는데 그런 지원물품이 인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어요. 이게 참 안타깝습니다. 

_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많은 지원물품을 보내는데 그 중 의약품이 상당할겁니다. 그 많은 의약품이 다 어디로 가는건지?

저도 의문이에요. 여기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다 핵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거기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죠. 북에서는 알면 죽어야하고 모르는게 약인 사회이니까요. 모든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살아야 하는 사회거든요. 실제 유엔에서 병원에 방문을 오면 ‘언제 의약품을 내려보내겠다’ 하는데 말뿐이지, 어디로 다 새는건지... 제가 병원에 있을 때에도 유엔에서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후 물품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저희는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 물품이 다 어디로 갔는지...

_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보내주는 지원 약품들이 주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당시 선생님들끼리도 이야기한 방법이에요. 유엔에서 와서 우리 병원을 방문하고 갔다 하면 그쪽이 국가에 직접 주기보다는 병원에 직접 전달하고, 물품은 괜찮은지, 쓸만한지 직접 물어보기도 하며 직접 전달하는 방법이 현명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와서 보니 선교단체들도 좋은 일을 많이 하더라고요. 이런 단체들을 비롯해 여러 지원을 해주는데 국가적 지원보다는 인민 개인들에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해요. 유엔지원도 인민들에게, 해당 병원에 직접 전달하는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받으려고 하면 결코 지원받지 못하거니와 국가가 잘못했다고 말도 못합니다.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오늘은 북한 청진 구역병원에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동의사로 근무하다 그만두고 이후 개인의료 장사를 5년간 하셨던 김연아씨 모시고 북한 의사들이 본업으로 돌아갈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함께해 주신 김연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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