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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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지하 조사실, 열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7-19 18:01


내 노래가 끝나자 수사관들은 열렬하게 박수를 쳐주며 한 곡을 더 부르라며 재창을 요구했다. 한 수사관이 중국 노래를 했으니 조선 노래를 한 곡 하라고 요청했다. 수사관들은 더욱 크게 박수를 쳐댔다. 여기에서 나는 한동안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조선 노래를 불러야 되는지, 모른다고 잡아떼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아 우물쭈물 망설였다.



수사관들의 독촉은 대단했다. 필사적으로 내 조선 노래를 꼭 들으려는 사람처럼 ‘빨리, 빨리’를 연발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중국에서 TV를 통해 조선 노래를 들은 것이 있는데 가사는 잘 모르니까 곡만 부르겠다며 아리랑을 콧소리로 불렀다.



‘아리랑 아리랑.....’



수사관들은 ‘잘 한다, 잘 한다’ 하며 또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나는 이제 아는 노래가 없다며 딱 잡아떼고 완강하게 거절했다. 겨우 돌림노래를 끝내고 나니 땀이 흥건히 젖어 왔다. 정말 나는 아리랑 고개를 넘는 기분이었다. 아리랑 고개는 넘지도 못해 보고 십 리도 못 가서 죽는 게 아닌가 겁도 났다. 내 비밀을 눈치 챈 것은 아니겠지. 나는 은근히 그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별다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조선 노래를 전혀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보다는 잘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자위했다.



남조선에는 좋은 노래가 꽤 있는 것 같았다. 비행기에 실려 서울에 오던 날도 차 안에서 어떤 노래를 들었는데 그 경황 중에도 그 노래가 귀에 쏙 들어왔었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



틀어 놓은 음악이 카세트 테이프인지 그 노래는 공황에서 남산에 도착할 때까지 여러 번 흘러 나왔다. 노래하는 여자 가수도 풍부한 음성으로 노래를 잘 불렀던 것 같고 가사 내용도 부드러웠다. 서울이 노래 가사 대로 정말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사관들이 하는 행동이나 따뜻한 말투로 보아서 정말 서울 거리가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있었다. 노래에 취해 감상에 젖어들다가 나는 그런 내 자신을 꾸짖었다.



‘나는 혁명전사다. 당에서 준 전투 임무를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수행해냈다. 단지 깨끗하게 자결하지 못한 것이 실수일 뿐이다. 젊은 날의 8년을 바쳐 공작원 교육을 받았는데 그 강인한 정신력은 다 어딜 갔느냐. 지금 이들은 나의 강한 정신력을 교란시키기 위해 갖은 회유작간을 다 동원하고 있는 중이다. 비밀을 간 빼 먹듯 다 빼먹고는 참혹하게 죽여 버릴 것이다. 절대로 속지 말자. 무너지지 말자. 옥화 선생, 옥화 선생 정신 차리시라요.’



나는 나의 뺨을 때리는 상상을 해가며 심하게 나 자신에게 벌을 가했다. 오전은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다나니 시간이 다 가버렸다. 점심을 먹고 나자 남자 수사관이 백지를 가져다주며 현재의 심정을 적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나는 일본어로 나의 심정을 적었다.



‘나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생활해 왔습니다. 이번에 여러분에게 폐를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일본어, 중국어로 내가 알고 있는 전부 표현해 보겠습니다. 한국어는 좀 배우고 싶으니 가르쳐 주세요.’



나는 그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라고 쓸 때에는 눈물방울이 백지 위에 뚝뚝 떨어졌다. 내가 눈물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았는지 여자수사관이 이번에는 ‘부모가 보고 싶지 않느냐?’고 일어로 백지에 써서 내게 내밀었다. 나는 부모님 이야기에 고개를 떨구고 잠시 울먹이다가 정신을 가다듬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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