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 방송정보 | 기획 특집
  • 출연정수련

공식 SNS

제41화 제설차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2-09 18:01


밤새 내린 눈으로 밖은 온통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출근길에 나서는데 아침 해까지 짱짱 내리비쳐 눈이 부실지경이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큰 길 쪽으로 들어서는데~ 엥? 여기 도로엔 눈이 하나도 없다?



인도 경계선에서부터 몇 발치에만 눈이 쌓여 있을 뿐 도로 한복판은 아주 깔끔하게 눈이 치워져 있었다. 눈이 없으니 차들도 씽씽 잘도 달렸다.



“아침 일찍 인민반에서 동원되여 눈을 치웠나?”



주위에 눈 치우는 사람들이 있나 이리저리 둘러봐도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니 고향에서나 인민반이란게 있었지 여긴 그런 게 없다.



“참, 내 정신두, 아직까지 북조선처럼 생각하다니... 아, 맞다, 여긴 도로 만들 때 눈 녹게 만드는 성분을 넣는다고 하던데, 그럼 그 때문에 다 녹아버린거야? 아무리 그래두 발목 우에까지 쌓인 눈을 도로가 다 먹을 순 없지 않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근데 아까부터 어디선가 들려오던 요란한 자동차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왔다. 소리만 들어도 덩치가 큰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대형차가 저쪽 우측 도로에 나타났다.



효과 ; 윙~ 윙~ (제설차 소리)



알고 보니 그 차가 바로 눈 치우는 기계였다.



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눈이 말끔히 치워졌다. 기계가 일하는 모습을 한참동안 서서 지켜보았다.



운전사 아저씨가 천천히 운전을 하는데 기계 한쪽으로 눈보라가 조금 날릴 뿐 소복이 쌓인 눈은 어디로 다 달아나는지 온데 간데 없다.



"우와~ 정말 신기하다. 여긴 모든게 기계화 돼있으니 얼마나 좋아~"



저번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로 정비하는 걸 본 기억도 난다. 여기선 사람들이 힘들게 삽질하거나 무거운 들것을 들고 뛰여다니는 모습을 아예 볼 수가 없다. 흙을 퍼 나르고, 펴고, 쌓고, 그 모든 일을 사람이 아닌 기계들이 한다. 기계를 다루는 운전사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문득 고향 생각이 난다. 그곳에도 지금 눈이 오겠지?! 밤새 내린 눈에 도로가 막혀 자동차들은 길에 나설 엄두도 못 내고 있겠고... 금방 깨여난 쪼무래기들은 눈꼽도 뜯지 않고 몰려나와 눈싸움하며 좋아라 뒹굴며 마을 앞 언덕길을 딴딴하게 다져놓겠지 ~ 허리 굽은 할머닌 그것도 모르고 언덕길에 발을 내짚었다가 순간 꽈당 넘어지시면, 그 놈의 나라는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니 그냥 집구석에 드러누워 기약없는 세월만 보내고 있겠지~



모처럼 하얀 눈을 보면서 고향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해진다...

전체 0

국민통일방송 후원하기

U-friends (Unification-Friends) 가 되어 주세요.

정기후원
일시후원
페이팔후원

후원계좌 : 국민은행 762301-04-185408 예금주 (사)통일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