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사건과 진실

2008년 5월 18일 버마의 감옥에서 아웅산 폭탄테로 사건의 마지막 생존자인 강민철이 사망했다. 1983년 테로 사건으로 수감된지 25년만의 일이다. 전두환을 암살할 목적으로 아웅산 국립묘소를 폭파한 공작원들은 1명은 사살, 1명은 교수형, 강민철만 살아남았다가 쓸쓸하게 최후를 마쳤다. 김정일의 친필지시를 철저히 따른 대가였다. 심지어 김정일은 강민철을 남조선 공작원으로 규정하면서 아웅산 테로 사건을 남조선의 자작극으로 몰아갔다. <추적 사건과 진실, 김정일의 친필지시, 전두환을 암살하라>



인민군 정찰국 소속 공작원 진모 소좌, 강민철, 신기철 대위는 군중들 틈 속에서 ‘폭탄 원격조종 단추’를 누른 후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한편 전두환 대통령은 폭발음을 듣고 급하게 차를 돌려 영빈관으로 돌아와 사태 파악에 촉각을 곤두 세웠습니다. 10월 9일 오전 11시 50분경 버마 ‘우 산유 대통령’이 허겁지겁 영빈관으로 달려왔습니다.



산유 : 대통령 각하, 뭐라고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두환 : 버마 정부가 약속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산유 : 무엇이든 말씀 하십시오. 성심껏 협조하겠습니다.



전두환 : 첫째, 부상자들을 최대한 빨리, 완벽하게 치료해 주십시오. 둘째, 사망자들을 한국으로 빨리 송환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셋째, 이번 테로사건의 범인을 반드시 체포해 배후를 밝혀주십시오.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산유 : 물론입니다. 버마 정부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그날 오후 전두환 대통령 숙소로 버마의 거물 정치인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사람은 ‘우 네윈’ 사회주의계획당 의장이였습니다. 네윈은 대통령직을 그만 두었지만 버마를 움직이는 실권자였습니다. 네윈은 폭탄테로 사건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했습니다.



네윈 : 대통령 각하, 저의 사죄의 말씀을 받아 주십시오. 이번 사건으로 한국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무슨 말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버마 정부에 있습니다.



김정일 독재집단의 테로 사건은 버마 대통령과 실권자 네윈까지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였습니다. 버마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10월 9일 오후부터 아웅산국립묘지가 폐쇄되고 사건 현장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버마 수상당국은 현장에서 불발탄 2개를 찾았습니다. 하나는 지뢰탄이였고 다른 하나는 소이탄이였습니다. 소이탄은 테로범들이 현장을 깨끗이 없애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이였습니다. 만약 소이탄이 터졌다면 섭씨 4천도의 불길로 시신은커녕 현장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테로범들의 치밀함과 잔인함에 모두 치를 떨었습니다. 계속된 조사에서 ‘원격 조종기 1대’와 대남공작에 자주 쓰여온 히다찌산 ‘폭발물 원격조종용 건전지’도 발견됐습니다.



버마 수사당국은 박세직 안기부 차장이 이끄는 남조선 조사반의 도움을 받아 폭탄의 출처를 밝히기 위한 정밀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불발탄의 뢰관을 조사해보니 강원도와 림진강으로 남조선으로 침투했다가 체포된 북조선 간첩들의 폭탄과 같은 종류로 확인되였습니다. 또한 이 불발탄은 1983년 9월에 있었던 남조선 대구 미국문화원 테로사건 때 쓰였던 폭탄과 같은 종류였습니다. 테로의 수법이며 증거물들이 북조선의 소행이라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었습니다. 버마 당국은 현장조사를 하는 한편 테로범들을 잡기 위해 랑군 시내에 비상경계를 내리고 군대와 경찰을 풀어 검문검색을 강화했습니다. 당시 버마는 체제유지를 위해 주민들 사이에 감시 체계를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이 체계를 통해 수상한 사람을 신고하라는 지시도 내렸습니다.



사건 다음날인 10월 10일 랑군 포트구(區)에서 범인의 행적이 발견됐습니다. 랑군 시내 동쪽을 흐르는 파준다웅강(江)에서 머리만 물위로 내놓고 헤엄쳐 가는 사람을 주민들이 발견해 신고한 것입니다. 이 사람은 두 공작원들과 따로 움직인 진모 소좌였습니다. 진모는 버마 경찰이 접근하자 수류탄을 던지며 저항했습니다. 이 과정에 버마 경찰 2명이 다쳤고 진모역시 자신의 수류탄에 눈을 다치는 등 큰 부상을 입고 체포되였습니다.



10월 11일 새벽 랑군 북서쪽에 있는 타크후트핀에서 2명의 수상한 외국인들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경찰이 즉시 출동해 이들을 포위하자 이 두 명 역시 수류탄을 던지며 반항했습니다. 버마 정부는 사건의 내막을 밝히기 위해 될 수 있는 한 생포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경찰 세 명이 크게 다치자 사격을 하며 대응했습니다. 경찰의 총격으로 신기철 대위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강민철 대위는 극적으로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9시25분 경 강민철도 체포되였습니다. 강민철은 체포과정에서 손에 들고 경찰을 위협하던 수류탄이 터져 왼팔이 잘려나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버마 경찰은 수사 진척상황을 공개해 폭탄테로 사건의 내막을 조금씩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11일에 ‘체포된 사람들이 조선반도 사람’이라고 했고, 각각 다른 곳에서 체포되거나 사살된 사람들의 소지품이 같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침내 11월 4일 버마 정부는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종합해 ‘폭탄테로 사건이 북조선의 소행임’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리고 북조선과의 외교관계를 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버마 정부는 84년 유엔총회에 공식 제출한 사건조사 보고서에서 아웅산국립묘지 폭발사건이 “북조선 당국의 명령에 따라 북조선 사람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아웅산국립묘지 테로 사건으로 북조선은 우호관계에 있는 나라의 성지까지 파괴시키며 테로를 감행하는 흉악한 국가로 락인찍히게 되였습니다.



남1 : 강민철씨, 당신도 북조선에 가족들이 있을 텐데, 희생자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입을 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민철 : 선생님, 제가 이 감옥에 갇힌지 벌써 20년째입니다.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국에서 나를 찾지 않고, 나를 남조선 공작원으로 선전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죄를 지은 놈이 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상부의 지시로 폭파했지만 결과적으로 17명을 죽게 한 사실에 대해서는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남1 : 만약 석방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까?



강민철 : 남도 북도 모두 싫습니다. 가능하다면 여기서 이대로 죽고 싶습니다.



<추적 사건과 진실, 김정일의 친필지시, 전두환을 암살하라>, 마지막 시간이였습니다.



*참고 및 인용 자료:

1. 아웅산테러 20년: 미얀마.서울 입체취재: 공작원 강민철 “한국 가고 싶다”(주간조선. 2003.10.02)

2. 아웅산테러 20년: 굳게 닫힌 철문... 군인.경찰 ‘철통 경비’(주간조선. 2003.10.02)

3. 아웅산 테러 20년: 잊혀진 유족들의 삶(월간조선. 2003.10월호)

4. 운명의 나팔소리-버마 아웅산 국립묘소 암살.폭발사건(월간조선. 1983.11월호)

5. “남도 북도 다 싫다” (주간조선. 199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