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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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이사
남조선 생활기
작성날짜
2012-03-29 17:22
- 항상 적대적인 나라, 미군과 거지가 득실거린다고 생각해 왔던 남조선, 여기에 2만 여 명의 탈북자가 살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한 탈북자의 생활기를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오늘 사무실의 김 선배님이 이사를 한다. 마침 휴일이라 나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집을 나섰다.
김 선배님은 이사를 자주 하시는 것 같다. 3년 동안에 벌써 세 번째 이사를 한다고 했으니 거의 일 년에 한 번꼴로 이사를 하는 격이다.
휴~ 힘들지도 않는 모양이지? 그건 그렇고 집 가산들이 이사통에 다 망가졌겠다. 아무튼 가만 보니 여기 사람들은 이사하는 걸 큰 일로 생각지 않는 것 같다. 저번에 티비에서 보니 일년에 두 번꼴로 이사를 하는 집도 있었다. 물론 례외긴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다 있을 수 있는지 참 리해가 안 간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김 선배님 집에 도착을 하니 다윤언니랑 벌써 와 있었다. 집안을 둘러보니 이불장이며 랭장고, 그리고 쏘파랑 큰 짐들이 어마어마했다. 이 큰 가구들을 옮길려면 전쟁을 치러야겠네, 더구나 이 높은 14층에서 저 짐들을 옮기려면, 아휴~ 생각만해도 입이 딱 벌어진다.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팔을 걷어 부치고 자질구레한 짐들을 열심히 정리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빨리 빨리 짐들을 내갈 생각을 안 하고 오히려 창문 가까운 데로 옮겨놓는다.
참 이상하다, 그 때 누군가 사다리차가 왔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남정네들은 쏘파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창문 쪽이다. 그제서야 뭔가 짚이는 데가 있어 창문 쪽에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적재함이 커다란 차가 와있었다. 차는 윙윙 소리를 내며 기중기같은 팔을 우로 쭉~ 뻗기 시작했다. 기중기 팔 끝에는 짐을 실을 수 있게 돼있었다.
그런데 이 높은 데까지 팔이 올라 올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에 코웃음이라도 치듯 기중기팔은 순식간에 14층까지 거뜬히 올라왔다.
우와~ 이렇게 하면 정말 손쉽게 짐을 나를 수 있겠는데?! 하하
쏘파부터 침대, 랭장고랑 그 큰 기물들을 순식간에 다 내려갔다. 짐을 다 내리는데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여긴 정말 뭐든지 다 있다, 그러니까 이사 같은 것을 무서워하지도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북조선에서 이사는 큰 일로 여겨진다. 세간 그릇에서부터 큰 가구들까지 모든 것을 사람의 힘으로 해야 하니 오죽하랴, 또 고작 몇 층도 안 되는 아빠트에서는 승강기도 없어 계단을 리용할 수 밖에 없다,
한 번씩 가정기물들을 움직였다 놓으면 난리도 아니다. 이불장 같은 건 네 귀에 사람들이 하나씩 달라붙어 들어 움직이지만 출입문에 끼워서 모서리가 긁히고 찍혀서 다 망가져버린다. 안 들어가는 걸 억지로 힘써서 밀다나면 곽이 다 나가기 일쑤다. 조선집 출입문들은 왜 그렇게 좁은지~ 더욱이 울퉁불퉁한 도로 때문에 짐들이 놀래서 독이나 사기 그릇들이 깨져 나가는 건 보통이다.
그 너덜너덜한 가구도 버리지 못하고 곽을 대충 맞춰서 세워놓고, 독도 박살나지 않은 이상 깨진 곳을 세멘트를 이겨 발라놓고는 오래토록 쓰고 또 쓴다. 똑 같은 이사지만 북과 남이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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