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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고향의 나리꽃

대한민국 기업가 열전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4-08-18 16:13

 


지하철을 타고 퇴근길에 올랐다. 퇴근시간이라 사람들이 많기도 했지만 모두들 책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실내는 조용했다. 열차가 어느 덧 다음 정류장에 들어섰다. 기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는데 할아버지 세 분이 시끌벅적 대화를 나누며 들어오셨다. 조용하던 분위기가 단번에 깨어져 버렸다. 너무 목청을 돋구어대니 사람들은 힐끔 힐끔 할아버지들을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약좌석에 앉은 할아버지들은 서로 손주 자랑을 해가며 웃고 떠들었다. 핸드폰의 손주, 손녀 사진들을 꺼내 보이며, ‘잘 났다느니’, ‘인물이라느니’, 하며 서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 나누시던 한 할아버지가 자신의 고향이 이북이라며 그곳에 돌이 갓 지난 아들 하나 두고 오셨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정숙해졌다. 할아버지는 가슴에서 조그마한 수첩을 꺼내들었다. 어찌나 닳았는지 한 장 한 장이 떨어져 있는 수첩 장들엔 꽃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 시가 적혀있었다.


“고향 산의 나리 꽃 오늘도 피였으리, 언제면 가보려나 내 고향의 나리 꽃...”


할아버지는 6.25전쟁 때 내려온 실향민이셨다. 올해 89세라는 할아버지는 나이에 비해 아직도 정정해 보인다. 꿈에도 그리운 고향이 얼마나 보고싶고 그리웠으면 가슴속에 항상 고향을 그려가지고 다니실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아버지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조금 젊어보이는 할아버지가 한동안 뜸을 들이더니 말씀하셨다.


“에이고, 형님, 내가 개성에 몇 번 일이 있어 가보면요, 산에 나리 꽃은 커녕 나무 한 그루 없이 민둥산이예요, 그리고 개성의 아가씨들이 나와서 약장사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궁색할 수가 없어요, 고향에 못 가본다고 해서 아쉬울 거 하나 없다니까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래도 죽기 전에 한번 가보고 싶은 게 소원이요,’라고 하시며 눈가에 눈물을 보이셨다. 고향 산천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애태웠을 할아버지의 몇십 년간 애환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무리 고향의 산들이 민둥산일지언정, 죽어도 묻히고 싶은 그립고 사무치는 마음을 어찌 달랠 수 있겠는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시는 할아버지,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할아버지 손을 이끌고 고향에 데려가 드리고 싶었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 나리 꽃 피는 고향 땅으로,


고향을 떠나 온지 10여년이나 지났다며 가끔 우울하게 혼자 술 마시며 한숨짓던 내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70여년 세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아오신 할아버지의 마음은 이미 재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어서 빨리 통일이 왔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나이 내년이면 90세,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지체할 수 도 없는 통일이여, 제발 빨리 오길 바란다.


(토크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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