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회고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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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부. 비참한 조국의 현실. 두 번 째
철학 강좌는 거의가 6·25 때 월북한 사람들이 수강했다. 그들은 서울대학을 비롯한 남쪽의 대학강단에 섰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나이가 적은 나를 스승과 같이 대하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썼다. 특히 함봉석 선생은 지식이 남달랐는데, 주로 독일고전철학을 연구하고 있었다. 나는 헤겔의 변증법에는 의문이 많았으므로 소련학자들이 해설한 것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그런데도 함 선생은 매우 감동한 채 질문을 계속하면서 내 지식을 나누어 가지려고 노력했다. 나는 시간이 나면 연구하려고 수집해둔 독일고전철학에 관련된 자료를 모두 함 선생에게 넘겨주었다. 얼마 뒤 그는 내가 준 자료를 리용하여『독일고전철학』이라는 제목의 두툼한 책을 출간했다. 나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주위의 평이 좋았다. 책을 출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 선생이 나를 찾아와 원고료를 많이 탔다면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왜 이걸 저에게 줍니까?”
“강좌장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책을 내지 못했을 겁니다. 성의니 받아주십시오.”
나는 나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렸다. 돈 봉투를 돌려주면서 선생의 머리가 좀 돈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지만, 함 선생의 순박함에는 그저 감탄했다. 대학에서는 강좌장들에게 교수들이 강의하는 걸 참관하고 교수안을 검열하라고 강조했지만 나는 그에 따르지 않았다. 교원은 자기가 아는 만큼 가르칠 수 있는 것인데, 공부는 시키지 않고 교수검열만 한다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교수들이 그런 나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중략)
해설: 황장엽의 회고록, 나는 력사의 진리를 보았다, 지금까지 해설의 윤옥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