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 방송정보 | 기획 특집
  • 출연정수련

공식 SNS

제66화 도서관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8-02 18:51


오늘은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렀다. 일부러 도서관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지 않고 버스를 두 번 갈아탔다. 언제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가보게 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한 10분 걸어가니 도서관이 보였다. 3층으로 된 도서관 건물은 벽이 온통 유리로 둘러싸여 있었고 겉으로 보기에도 깔끔한게 지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건물은 반달형의 건축형태부터 시작해서 모든 시설이 최신식이라는 느낌이 확 안겨왔다.



오작교처럼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도서관 정문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유리문이 량쪽으로 스스르 열렸다.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서는데, 그 뜨거운 찜통 더위에 쩔었던 몸이 순식간에 싹 다 식혀졌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 덕분이다.



정임; 어 시원하다, 역시 최고야!



절로 탄성이 나왔다. 사실 아직 에어콘 같은데 익숙지 않은지라 이렇게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오면 새삼스레 내가 북한 땅이 아닌 남한에서 산다는 사실을 실감할 때가 많다. 아무튼 매일같이 30도 안팎의 열대야가 계속되는 이 뜨거운 여름에도 한 겨울의 찬공기와 얼음도 만들어내는 인간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



승강기를 타고 2층에 먼저 내려보니 거긴 식당이였다. 여러 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식단을 보니 라면, 스파게티, 만두, 오무라이스, 등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종류들이였다. 공부하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지 와서 한 끼 간단히 떼울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아 참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이번엔 계단을 리용해 3층으로 올라가보았다. 거기에 열람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 책읽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열람실 문을 열고 들어가 서재쪽으로 향하는데, 바로 그때였다.



효과; 전화기 벨소리



조용하던 방안에 왕왕 울리는 벨소리 땜에 사람들의 시선이 와짝 한 곳에 쏠렸다. 바로 나한테로 집중된 것이다. 한 남학생은 인상을 찡그리고 쳐다본다. 급하게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벨소리를 멈추었다. 그리곤 황황히 서재쪽으로 가서 이리 저리 어줍게 책을 뽑아 보는 시늉을 했다.



한참 있다 뒤돌아보니 모두들 다시 책에 열중했다. 후~~ 쪽팔려~ 아직 익숙되지 않은 남조선 생활이 어떤 땐 사람의 수명을 십 년 감수 시킨다.



그나저나 도서관이라곤 어렸을 적 몇 번 가서 만화책 몇 권 본 기억밖에 없는데, 우와 별의별 책들이 정말 많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체육은 물론이요, 외국 도서들도 수두룩하다. 이리 저리 보다가 맘에 드는 외국 도서를 하나 집어들고 나왔다. 관리자에게 이야기 하니, 대출증을 만들어주고 콤퓨터 타자 몇 번 치더니 됐다며 가져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정임; 네? 아 네 네...



어정쩡하게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뭔가 찜찜한 이 느낌은 뭘까?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아, 그렇지, 여긴 도서관이지, 무료로 책을 빌려보는 곳이란 걸 깜빡했다.



분명 고향의 도서관도 대출증을 만들어 책을 무료로 빌려다 보았는데, 왜 오늘은 완전 다른 느낌이였는지 나도 모르겠다. 하긴 고난의 행군이 시작돼서 부터는 물 한 그릇에도 돈이 오갔으니, 그래서 무료나 공짜같은 건 잊어버린지가 까마득하니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뭇사람들에겐 웃기는 일이지만 오랜만에 “공짜”의 혜택을 받은 기분에 자체 사기를 올리며 발걸음도 가벼이 버스 정류장으로 막 달려갔다.

전체 0

국민통일방송 후원하기

U-friends (Unification-Friends) 가 되어 주세요.

정기후원
일시후원
페이팔후원

후원계좌 : 국민은행 762301-04-185408 예금주 (사)통일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