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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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감자탕을 먹으며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7-05 19:19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할 무렵 사장님이 저녁 한 턱 내시겠다며 감자탕 집으로 우릴 안내했다. 오랜 만에 감자를 먹게 됐다고 속으로 좋아했다. 고향에 있을 때부터 감자라면 오금을 못썼다. 그리구 여긴 너무나 먹을 것이 많아 감자같은 건 일부러 작정하지 않으면 먹어보기가 힘들다. 오늘 한번 실컷 먹어보련다.



주문한 감자탕이 나오자 난 감자부터 찾았다. 그런데 감자탕에 감자는 안보이고 온통 뼈다귀에 시래기뿐이다.



정임; 언니, 이거 뭔 감자탕이 이래요? 시래기에 뼈다귀만...



옆자리에 앉은 다윤언니에게 귀속말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다윤언니가 돼지뼈다귀를 가리키며, 이게 감자탕이라고 한다.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제서야 다윤언니가 차근히 설명해주었다. 돼지고기 뼈다귀 이름이 감자이고 그래서 감자탕이라는 것이다. 돼지뼈에두 그런 이름이 다 있었나?



그러구보니 처음 하나원에서 나왔을 때 어느 한 식당에 붙여놓은 갈매기살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가서 바다 갈매기는 왜 없냐고 했다가 망신만 당했던 일이 생각난다.



돼지 고기의 한 부분인 갈매기 살이나 감자같은 말은 영어도 아니니 분명 조선에도 있는 말이였을텐데 왜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는지, 오직 돼지고기라면 비계와 떼살이란 말밖에 생각 안 난다. 천상 비계를 입에 대지도 않던 내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비계도 없어서 못 먹었었지,,,



그 때를 생각하며 감자탕을 먹으니 지금 이 순간이 정말 꿈만 같다. 내 육체가 지금 남조선에 와 있다는 사실조차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미군과 거지가 득실거리는 남조선이란 땅에 와서 이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죽지 못해 살다 온갖 간난신고 끝에 맛보는 오늘의 이 행복을 다윤언니나 사장님처럼 여기 남한 사람들이 어찌 알 수나 있으랴,



문득, 요즘 북조선에 되돌아갔다는 박인숙이란 녀인의 생각이 난다. 몇 년간 남조선 정부의 혜택으로 임대주택에 지원금까지 받아 먹고 잘 살던 그가, 평양에 돌아가서는 남조선에 대한 악담과 험담을 다 쏟아냈다. 정말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5살이나 나이를 속여 5년 동안 지원금을 깡그리 다 받고도 남조선에서 노예같은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그것이 미친 짓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로 인해 어두워지는 탈북자들에 대한 남조선 사람들의 나쁜 인식으로 괴리감마저 든다.



남한 동포들 앞에 부끄럽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하고... 고향 떠나 죽을 각오를 하고 찾아오는 우리 탈북자들을 누구라 없이 품에 안아 새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온갖 혜택을 주는 남조선정부와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 남조선에 왔다가 다시 돌아간 탈북자는 손으로 꼽을 수 있지만, 북조선을 탈출해 남조선에 들어온 탈북자는 2만 명이 넘었다는 것을....



필경 박인숙이란 녀인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리라고 본다. 벼룩이도 낯짝이 있다고, 자기를 품어준 남조선에 배은망덕하게도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을 늘여놓았을 땐 단 두 가지 리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첫째, 정신병자 아니면, 두 번째, 목숨이 위태로울 때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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