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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마음의 여유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5-31 18:25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여느날 같으면 휴일이라 늦잠자고 있을테지만 명심해서 일찍 일어났다. 학원에 가기 위해서다. 엊그제 하나원 동기 명희를 만났었는데 자격증을 따면 정부에서 1,700딸라의 지원금을 준다는 말을 들었다.



휴일에 할 일없이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했는데, 그 시간에 하나라도 자격증을 따서 지원금도 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학원등록을 했다.



우유에다 빵 한 개를 집어먹고 늦을까봐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한 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학원에 도착했다.



벌써 학원생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의나 탈북자들이였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온 사람들이였다.



수업이 시작됐다. 우리가 배울 과목은 건축도장기능사였다. 그런데 모를 용어들이 많이 나와 머리가 또 지끈 거렸다. 제일 먼저 나온 연마라는 말 밖에 귀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퍼티요, 그라데이션이요, 바인다는 또 뭐꼬? 아유~ 복잡해라~



한참 설명을 다 마친 뒤 선생님이 퍼티젠지 뭔지 하는 걸 물에 타서 바르는 시범을 직접 보여주셨다.



시범을 보여주신 선생님이 각자 한 번씩 해보라고 하신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사람들이 그릇 하나씩 들고 모여들어 퍼티제를 담았다. 그런데 서로 저저마다 먼저 하려고 설쳐대는 사람들이 있으니, 역시 탈북자들이다.



조건반사가 됐는지 나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져 다른 사람 앞에 끼어들었다. 그러다나니 다른 사람 옷에 퍼티제를 묻히고 그 사람은 짜증을 잔뜩 내고, 정신이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선생님이 한참 지켜보시며 웃기만 하신다. 시간이 지나 어느 덧 수업 마칠 시간이 되었다.



수업 마무리를 다 하고 나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여기 오신 분 들 중에 대부분이 탈북자분들이신데, 제발 인젠 마음의 여유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아까 재료를 담을 때 보니 서로 먼저 하겠다고 하다나니 충돌이 생기고 그러면 또 다툼이 일어나고 얼마나 무질서합니까, 여기 남조선은 무엇이나 풍부하니까, 재료가 모자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제발 여유를 가지세요...”



선생님의 말씀에 탈북자들 모두가 웃음보를 터뜨렸다. 생각해보니 정말 창피했다. 굳어진 습관이라 별치 않게 여긴 행동이였지만 인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날 일요일에도 학원에 출근했다. 첫 날보다 오늘은 수월한 느낌이다. 생소했던 용어들도 하나둘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의 흐름도 조금 리해되는 것 같다. 이제부턴 색깔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된다.



그릇을 들고 재료 담으러 가는데, 어 근데 이게 뭐야? 눈앞에서 믿기지 않은 광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누구도 줄을 서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는데..... 자발적인 사람들의 행동에 너무나 놀랐다.



한참동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마음이 짠해졌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악하게 달려들어 자기 것을 챙기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남기 어려웠던 북조선에서의 생활, 그 지긋지긋한 지옥 같은 세상에서 탈출하여 인제야 저 사람들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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