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가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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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언어와 편의

대한민국 기업가 열전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4-10-20 16:57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각자 안내 전광판을 들여다보며 자기가 탈 버스를 기다렸다. 나도 내가 탈 33번 버스가 언제 오는지 전광판 안내를 살펴보니 한 10분 기다려야 했다.


천천히 한 쪽으로 빠져 버스를 기다리며 섰는데, 웬 외국인이 나에게 다가 왔다. 영어로 뭐라 물어보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따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손을 흔들어 모른다는 시늉을 했더니 외국인은 웃으면서 돌아섰다.


“이 숱한 사람들 중에 왜 하필 나한테 와서 물어보지? 창피하게, 내가 안경을 써서 지적으로 보였남? 핫하하,,”


실없이 웃고 나니 멋쩍기 그지없었다. 그러는 사이 버스가 왔고, 그걸 타고 지하철역까지 이동했다. 역 홈으로 들어가니 마침 바로 열차가 들어와 금방 탈 수 있었다.


열차가 떠나서 얼마 안 되어 다음 역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먼저 한국어로 방송하고 그 다음엔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차례로 나왔다. 여느 때처럼 흘러나오는 방송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방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던 그 외국인 때문인가? 여기 지하철 내엔 영어방송이 있으니 다행이지만, 버스 정류장엔 공교롭게도 영어로 된 안내가 하나도 없었으니, 그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갑자기 그 외국인에게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외국인들이 언어 때문에 타국에서 겪는 고충이라면 아마 우리 탈북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중국을 떠돌면서 말을 몰라 갑갑하고 속이 타던 일을 말한다면 누구라도 혀를 내두를 것이다.


머나먼 산골 농촌에 팔려갔다가 간신히 도망쳐 나와 어딘지도 모르고 정처 없이 가다가 그래도 반갑게 사람을 만났건만 벙어리도 아닌데 근본 말을 못하니, 그때 심정 과연 어떠하겠는가, 온 얼굴에 손과 팔다리, 전신을 다 써가며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해도 때 국물 뚝뚝 떨어지는 한족의 얼굴엔 새까만 두 눈만  또록 또록~ 멍만 때리고 있다. 너무도 갑갑해 주변을 휘둘러 나무 꼬챙이 하나 찾아들고 땅바닥에 두 줄을 그어 놓고는 “빵~” 하고 기차소리 흉내를 내본다. 그래도 한족은 누런 이발 드러내고 배시시~ 웃으면 그만이다.


기차역이 어디냐고 그 한마디를 물어보는데 하늘땅이 맞붙을 정도니, 겪어보지 않았다면 누구도 쉽게 말할 자격도 없다. 더욱이 중국에서 말을 몰라 벌어진 한 맺힌 일들을 얘기하자면 우리 탈북여성들의 피눈물도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 덧 기차가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다음 내리실 역은 신촌, 신촌 역입니다. ... 챈 팡 또 짠 스 신촌, 신촌 짠...” 안내방송의 중국어가 오늘은 더 또렷하게 들린다.


알면 그까짓 거 별 것도 아닌데, 모르면 생사가 오가는 일임을 너무나 뼈저린 체험으로 경험했기에,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것 같다.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이나, 한 동포이지만 외래어 때문에 고심하는 탈북자들이나 고충을 겪는 건 매 한가지일 것이니, 이 또한 남과 북의 통일을 위해 누구나가 노력해야 할 사회적 문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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