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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10년이란 세월동안에

대한민국 기업가 열전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4-10-13 17:04

 


북한을 떠나온 지 10년이 흘쩍 넘었다. 떠나올 때 눈에 익혀둔 고향 마을과 산천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내 눈에 마지막으로 찍힌 고향 땅은 얼마나 변해있을까? 종종 상념에 젖어 내 멋대로 고향 땅에 고층건물 세우고,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다닥다닥 하모니카 집들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고층건물들이 쭉쭉 들어서고, 거리엔 식당들이 들어서고, 장마당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얼굴마다엔 근심 걱정 다 사라지고..  가끔 이런 상상을 하며 고향 땅을 그리워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가끔은 방송을 하다가도 꺼려지는 때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10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그동안에 그리도 변한 게 없을까? 사람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희한한 고층건물들이 들어서진 않더라도, 여기 한국처럼 곳곳에 맛 집 식당들이 들어서 있진 않더라도, 밤에 전기라도 볼 수 있고, 하루 세끼 밥 굶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문득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 부질없는 생각이고 꿈같은 소리임은 순간 순간 드러나게 된다.


며칠 전 갓 탈북해서 중국에 온 황해남도 과일군의 한 주민이 우리 방송과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그가 말했다. “... (이제) 쌀값이 엄청 올라갈 걸로 보고 있는데, 떠 날 때 쌀값이 5천원 하댔습니다. 이제 만원까지 올라 갈 걸로 계산하고 있단 말입니다.”


내가 탈북하던 당시 쌀값은 40~50원이었다. 중국에 나온 지 몇 달 후에 쌀 값이 300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라, 어머니 생각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5천원이라니, 그것도 이제 만원으로 껑충 올라가게 생겼단다. 그렇다면 전기는? 전기는 좀 주지 않을까? 실날같은 기대를 안고 물어봤더니 웬걸~


“전깃불 아예 구경도 못합니다. 전깃불이라는 게 올 생각을 안 합니다. 그저 명절공급으로 한 두 시간 오면 잘 옵니다. 다 밧데리 쓰고 축전지 쓴단 말입니다. 사는 게 피곤하단 말입니다. 솔직히, 나도 여기(중국) 나와 보니까 만 땅크로 전기가 오고, 땔 것 걱정합니까, 누가 그런 걱정합니까?”


또, 여전히 인권이란 말도 모르고 사는 건 똑 같았다.


“인권? 들어 못 봤습니다. 사상 가지고 사는 데... 어디에 ’인권유린‘ 그걸 가지고 논의할 정도가 됩니까? 사상 하나 가지고 진짜, 그저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고... (앉으라면 앉고) 그저...” 


“거기서 더 살아야 밝은 앞날을 못 보갔구나. 내가 살면 몇 날을 살 갔습니까? 나머지 생이라도... 그저. 이렇게라도 (탈북해서라도) 제대로 살아야지요.”


어쩌면 10년 전 내가 탈북 할 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조금도 없다. 죽음도 각오하고 내 식구를 살리겠다고 떠난 10년 전의 나랑, 한 치의 앞날도 내다볼 수 없어 탈북 했다는 그 사람이랑 다르다면 그저 성별과 나이만 다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린 불쌍한 북한의 백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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