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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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병의 절규

북한 동포들의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4-02-17 18:44

 

장: 자, 오늘은 고향을 떠나온 분들의 사연이 준비돼 있죠,

박: 네, 매주 화요일 이 시간을 통해 두 개의 사연을 전해드리겠는데요, 오늘의 첫 번째 사연은 중국 친척방문 나왔던 한 노인이 남긴 편지입니다. 쌀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왔다가 돌아가면서 노인은 편지에 어떤 글을 남겼을까요, 장성무 동지가 편지 읽어드립니다.

음악: UP/DOWN

사람들은 하루 세끼 밥상에 마주 앉는다. 단란한 가족들과 함께, 때로는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마주앉아 이야기도 나누면서 식사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과연 밥의 진의를 알고 먹을까? 적어도 알고 먹는 사람보다는 모르고 먹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은 밥도 공기나 물처럼 당연히 차례져야 하고 또 차례졌으니 먹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어제 저녁 나는 오래간만에, 실로 오랜만에 흰 쌀밥 한 그릇에 고기국 한 사발, 거기에 반주까지 받쳐진 식사를 했다. 고기니 반주니 하는 사치는 그만두자, 꼭 밥 한 그릇이 없어 지금 강 저쪽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나는 이미 70이 넘었다. 이 나이에 밥 한 그릇에 생각이 깊어지기는 이날 이때까지 살면서 처음이다. 물론 멀건 풀죽 한 사발도 “김정은 장군의 은덕”으로 마셔야 하는 씁쓸한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나름대로 열심히 평생을 살아온 내 인생을 허무하게 돌이켜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해방된 이듬해인 46년에 공산당에 들었고 6.25전쟁 때는 자원하여 군대에 나갔다. 한강, 금강을 지나 8월에는 락동강에까지 나갔다. 그때 우리는 단숨에 부산까지 밀고 나갈 듯이 떼를 지어 락동강을 건넜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미군 비행기들이 가을하늘 잠자리 떼보다도 더 많이 달려들었다. 견디다 못해 더 견디지 못하고 도로 넘어 오면 다시 도하 명령이 떨어지고 그렇게 반복하기를 수십여차례...

숱한 사람들이 죽어나가 마지막에는 한 개 련대가 몇 십명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미군이 인천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히려 기뻐하기까지 했다. 후에는 어떻게 되든 지간에 당장은 그 불소나기 속에 더는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락동강 전투였다. 그런데 김정일은 인민들에게 “락동강을 건너는 정신으로 살라”고 훈시질이었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대체 락동강 전투에 대해 무얼 안다고 그 따위 훈시질인고?!

전후복구 건설시기를 보자! 전쟁으로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였지만 우리는 당을 믿었다. 이밥에 고기국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밤에 낮을 이어 죽도록 일했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까지도 변함없이 우리 당만을 믿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렇게 하늘처럼 믿고 따라온 김일성과 김정일은 우리를 어디로 끌고 온 것인가,

얼마 전에 쌀 얻으러 딸네 집에 갔다 오다가 려행증이 없어 안전원한테 단속된 적이 있었다. 안전원은 다짜고짜 “넝감! 넝감은 이젠 그쯤 살았으면 되지 않았어! 뭣하러 아직까지 살아서 늙은 승냥이 같이 돌아다니는 거야?” “뭐라구! 아니 이 사람아!--- 내가 이래뵈도 한땐 너희네 안전국장까지 했던 사람이야!”

“아하.. 이거 대단한 분이시군.. 하지만 그건 그때 일이구 당에 충실하려면 끝까지 충실해야지”  “뭐라구? 그게 무슨 소린가?” “챠, 이거 이 넝감. 말귀 꽤 어둡구만. 이젠 넝감이 당에 충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물어? 빨리 죽어 입하나 덜란 말이야. 그게 마지막으로 당의 심려를 덜어 드리는 길이란 걸 몰라서 그래?~!”

그렇다! 난 이미 성을 쌓고 남은 돌이다. 김정은이 아무리 로병들이 어떻고 저떻고 하지만 그건 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속 들여다보이는 연극이다. 난 이미 지난해에 처와 아들 하나를 굶겨 죽였다. 내 안해도 18살에 전쟁에 참가해 간호원으로 락동강까지 나갔던 사람이다. 그러나 결국 죽는 순간까지 풀죽만 먹이다가 죽였다. 참.. 가슴이 찢어지고 분통이 터진다.

어제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오니 친지들이 나의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보고 다시는 넘어가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가야겠다. 내 비록 인젠 다 늙어 큰일은 못하지만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적어도 나처럼 살지 말아야 한다는 그 말이라도 해줘야겠다. 내 온 생을 다 바친 우리 공화국에는 오직 피에 주린 독재자의 권력만 있다고 속 시원히 말이라도 해야겠다.

잡아 갈 테면 잡아가구 죽일 테면 죽이라지! 이미 잃은 내 인생은 찾을 순 없겠지만 다른 많은 인생들을 위해서 그렇게라도 해야겠다. 혹여 이 글을 누구라도 본다면 이 세상에 휘황찬란한 무지개에 현혹되어 한생을 헤매다가 마지막에야 그것이 악의 화신인 줄 알게 되어 피를 토하며 저 세상으로 간 한 불쌍한 늙은이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음악: 코너음악(UP/DOWN)

<코너2: >

장: 네. ‘낙시터의 즐거움’ 듣고 왔습니다. 두 번째 사연인데요, 이번에는 남한에 정착하여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윤희 동무의 이야깁니다. 새 삶의 터전에서 새 희망을 일구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 윤희동무를 통해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음악: 코너음악(UP/DOWN)

박: 하나원을 졸업한지도 거의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살길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던 나와 딸애를 따뜻이 받아 안아준 남조선 정부에 대한 감사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만 갑니다. 굶어서 다 죽게 된 어린 딸을 살릴 작정으로 무작정 마을 앞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 와 별의 별 고생을 다 하던 일들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그 과정에 나는 사랑하는 고향과 부모 형제를 떠나 낯설고 물 설은 남의 나라 땅에서 겪어야 했던 우리  조선사람들의 처지가 과연 무엇 때문인가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였고 오늘은 이렇게 남조선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하나원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희망에 부풀어 서울의 한 정보기술전문학교에 입학하여 컴퓨타를 배우게 되였습니다. 진행 중인 강의에 열심히 참가하면서 짬짬이 컴퓨타 워드프로세서 1급 기능사 자격시험에 도전 하였습니다. 정말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온 정신을 집중하여 선생님의 설명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그러는 나의 노력에 선생님들도 감동하였습니다. 결국 두 달 만에 그렇게 어렵게만 여겨지던 필기시험을 단 방에 통과하였습니다.

나는 정말 사기충천하여 다음 단계인 컴퓨터 워드기능사 실기시험에 도전하였습니다. 그런데 실기시험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한번, 두 번 계속 탈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네 번째 시험까지 탈락되던 날, 맥없이 집에 도착해 출입문을 여는 순간 “엄마, 오늘은 합격했나?”하고 종알대며 달려 나오는 어린 딸 앞에서 나는 얼굴을 들수가 없었습니다. 어린 딸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더 이상 마주 볼 면목이 없었고 떳떳치 못한 어미라는 자책감에 휩싸였습니다, 나는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린 자식 때문만이 아니라 이 순간도 조선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부모님과 동생들 몫까지 합쳐 열심히 배워 꼭 성공해야 겠다는 일념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나는 마음을 다 잡고 낮에 밤을 이어가며 한두 달 동안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끝내, 나는 다섯 번째 실기시험에서 드디여 2급에 합격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이룩한 성취물이라 모든 것이 소중하고 자랑스럽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언젠가는 꼭 나의 최종 목표인 워드 1급에 합격하여 첫 열매인 자격증을 취득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통일이 되면 북조선 내 고향을 위하여 나도 무엇인가 한 몫 당당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나는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 것이고 남조선의 좋은 것을 많이 배워 높은 지식과 능력을 갖춘 훌륭한 사람이 되여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이렇게 생각하면 새벽 2시가 다 되여오는 이 시각에도 졸음도 물러가고 희망과 꿈만 내 가슴에 가득 차 흘러 들어옵니다.
 
나는 늘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마냥 기쁨과 즐거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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