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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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버스1-정지 버튼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10-29 18:36


오늘은 일찍 출근길에 올랐다. 고용로동부에 들러 회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떼가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뻐스에 올라 앉아 mp3를 꺼내 이어폰을 귀에 끼고 음악을 틀었다.



부드러운 음색의 리승철의 노래를 들으며 차창 밖의 시원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는 기분이란 정말 환상적이다. 이럴 때마다 새삼스레 드는 느낌이 있으니, 내가 바로 지금 남조선에 있다는 사실이다. 남조선 땅에서 새벽뻐스에 앉아 외로운 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노래를 들으며, 서울의 한 복판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조선에 있을 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오늘의 내 모습, 어머니는 남조선에 있는 내 생각을 하실 때면 어떤 상상을 하실까? 코 큰 미국놈이랑 본다고 생각하실까? 아니면 머리에 흰 띠를 두른 시위 대학생들도 많이 구경할 거라 생각할까? 참 궁금하다.



조용히 눈 감고 감칠맛 나는 노래소리와 함께 향수를 느끼노라니 가슴이 찡해왔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와짝 고아대는 소리에 분위기가 다 깨져버렸다.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니 맨 뒤 의자에 앉아있던 삐쩍 마른 체구의 한 아저씨가 운전사에게 뭐라고 욕을 해대는 것 같았다. 이어폰을 귀에서 떼고 듣자하니 정거장을 지나쳤다면서 소릴 지르고 있는 것이다.



남성; 아, 왜 전 역전에서 안세워주는가 말이요!



딱 듣는 순간, 나랑 같은 고향사람이란 걸 알았다. 투박한 말투에 특이한 이북사투리 억양이 어디 갈데 없었다.



운전사; 정지 버튼 안눌렀잖아요!



들었는지 말았는지, 아저씬 계속 투덜거리다가 다음 역에서 내려버렸다.



어이 없으신 운전사 아저씨의 입이 딱 벌어지신다.



운전사; 하! 뭐 저런 사람 다 있어?! 쯔, 아침부터~~



그 광경을 보노라니 처음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똑같은 일을 겪던 내 생각이 나 웃음이 절로 났다.



그 때 나는 두 정거장이나 지나쳤었다. 처음엔 운전사가 깜빡하고 그냥 지나쳤을거라 나름 리해한다며 가만있었다. 그런데 다음 정거장에도 세워주질 않고 그냥 통과하는 바람에 짜증 나서 운전사에게 얘길 했더니 정지버튼 누르지 않았다며 도리어 화를 내셨다.



그 때 마침 누군가 눌러 삑 소리가 나면서 군데 군데 달린 단추들에 빨간 불이 오는 걸 보구서야 모든 걸 리해할 수 있었다. 미리 내리겠다는 신호를 주지 않으면 뻐스는 그냥 통과한다는 걸 그제야 알았던 것이다.



뻐스나 기차는 응당 매 정거장에 정차해야 하는 게 법인 줄 알았으니, 당연한 사태가 벌어질 수 밖에, 그 때 반대편 정거장에 가서 거꾸로 가는 뻐스를 리용할 줄도 몰라 7센치 키높이 구두로 두 정거장이나 걸어내려오며 고생을 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어지간히 화가 난다.



언젠가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 정지단추 누르지 않아 정류장을 지나쳐 고생하던 이야기는 빼먹지 말아야겠다. 년로하신 어머님 시행착오없이 편하게 뻐스를 리용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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