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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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건강검사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10-22 18:11


퇴근하여 돌아오면서 아파트 1층에 있는 우편함통을 들러보니 편지 한통이 와있었다. 시 “정신보건센터”라는 데서 보낸 우편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집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뜯어보니 이런 글이 씌여져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정신보건센터 북한이탈주민사업 담당 정신보건사회복지사 ‘김OOO’입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시민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이탈주민들 중 사회정착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적, 정서적 문제와 그에 대한 적응장애를 호소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 보건센타에서는 발생 가능한 심리 정서적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치유하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우울증 예방교육’과 ‘무료검사’ 등 여러 가지 치료교육을 실시한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이면에는 아이들의 정신건강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무료상담 계획도 적혀 있었다.



새 터전의 적응에 대한 어려움과, 또 자나 깨나 두고 온 부모 형제 생각에, 어느 하루도 편한 잠을 자보지 못한 우리 탈북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이렇듯 애쓰고 있는 것이다.



북조선에 있을 땐 우울증이란 말조차도 몰랐고, 설사 사람이 우울하다고 해서 그것이 병적증상에 해당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치면 거의 모든 북조선 사람들이 다 우울증 환자이다. 하루 하루 목숨부지에만 매달리는 그들에겐 우울증이란 말조차 사치이고, 아마 ‘그것두 병이냐’고 되려 핀잔 주는 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제일로 여기는 남조선! 여기 온지 2년도 채 안된 나에게 우울증도 벌써 큰 병으로 생각되고, 나라에서 받는 혜택도 어찌 보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국정원에서 검진 받을 때 너무나 과분함에 어리둥절하고 어색하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땅에 첫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건강상태를 검사받고, 북조선에선 그렇게 무서웠던 치아치료도 조금도 아픔이 없이 말끔히 치료받았다. 또 탈북자들은 정착 5년간 건강보호대상으로 자그마한 신체치료 같은 건 거의 공짜로 혜택받는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 워낙 간사한지라 배곯던 지난 날엔 없어서 못 먹던 음식도 여기선 골라가며 먹게 된다. 요즘 회사에서 점심밥 먹을 때도 느끼는 일지만 첫 해에는 주는 밥그릇을 깡그리 다 비웠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식사량이 줄어들어 지금은 한 3/1은 덜어놓는다. 간혹 밥 한 술 덜어서 나에게 주는 이가 있다면 밉상으로 취급당하기 쉬우니 세상이 뒤바뀌여도 단단히 뒤바뀐 것이다.



첫 건강검진을 받을 때 피검사를 위해 너무나 많은 량의 피를 뽑는다고 아우성치던, 그래서 의사들의 눈을 피해 도망치던 우리 탈북자들, 지금은 ‘피 보충’이란 말은 어느 별나라에 날아가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비대해진 신체 때문에 오히려 몸 까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정착을 위해, 또 건강을 위해 살은 뺄지언정 오늘의 감사한 마음은 날이 더해질수록 더욱더 보충해가며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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