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첫 돌 생일날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9-13 20:53


오늘은 하나원 동기 가연언니의 아들 첫 돌 생일이다. 12시부터 시작하는 생일잔치에 늦지 않게 일찍 집을 나섰다. 10리 되나마나한 거리에 살고 있지만 제 살기에 바쁘니 자주 마날 새도 없다. 작년에 애기를 낳았을 때 한번 가 본 후론 이번이 처음이다. 엊그제 아기를 낳은 것 같은데 벌써 돌이 됐다니 참, 세월도 빠르기도 하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가연언니는 파랑색 이쁜 한복을 입고 화장도 머리도 신식으로 멋지게 꾸미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얼마나 곱게 꾸몄는지 딴 사람 같았다. 언니랑 마주 붙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 제일 앞쪽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수다를 떠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온 방안을 시끄럽게했다. 수다쟁이 여자들이 별루 낯이 익다 했더니 모두 타이 이민국에서부터 보아오던 모색들이다. 성격이며 생김새가 남자랑 너무 닮아서 이민국에서부터 아저씨란 별명이 붙었던 경남언니 목청이 제일 컸다. 너무 조용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였던 낯익은 녀인의 얼굴도 저쪽 구석에 보인다. 서로 살갑게 지낸 사이는 아니였지만 이민국에서부터 익혔던 얼굴들을 오래 만에 보니 마음속으로나마 참 반가웠다.



드디어 의식이 시작됐다. 갖가지 음식과 초불이 꽂혀진 생일 케익이 차려진 탁자 앞으로 가연언니와 남편이 아들 준희를 안고 생일 상 앞에 섰다.



현장녹음; (노래)생일축하 합니다~



준희의 삼촌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이어 준희를 대신해서 엄마 아빠가 초불을 껐다. 련이어 준희의 돌잡이 의식이 진행됐다. 준희 앞에는 연필과 명주실, 장난감으로 만든 마이크며, 청진기를 비롯한 물건들이 주런히 놓여있었다. 아기가 커서 어떤 사람이 되면 좋겠냐는 질문에 엄마 아빠 모두 과학자가 되는 게 소원이라며 연필을 쥐길 바랬다.



그런데, 엄마 아빠의 간절한 소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준희는 마이크를 덥석 잡았다. 그리곤 약이라도 올리듯이 희죽희죽 웃기까지 한다. 준희의 엉뚱한 행동에 한바탕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웃고 떠들며 첫돌 생일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비록 이름 없는 한 가정의 모습이지만 참 많은 걸 말해주는 것 같다. 더욱이 배고픔에 못이겨 고향을 떠나 남조선에 온 탈북자의 가정이기에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먹을 걱정 같은 건 이젠 옛말로 되었으니, 이제 엄마 아빠들의 소원은 아기가 건강하게 잘 커서 나라를 위해 한 몫 단단히 맡아줄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준희가, 태여나자 마자 다 말라버린 엄마의 젖가슴을 파고드는 북조선의 불쌍한 아기가 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조선에서 첫 아기를 굶겨 죽인 가연언니에겐 준희가 일생의 전부이고 희망일 것이다. 세상 모르는 준희의 천진란만한 웃음에서, 촉촉한 눈가에 핀 가연언니의 행복한 모습에서 가정의 미래, 나라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다. 나라의 한 세포라고 말할 수 있는 한 가정의 안정과 행복은 나라의 안정과 행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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